[현대차 `GBC 공방`] 현대차 "신속 처리를" vs 서울시 "절차 밟아라"
'일자리 창출' 내세운 현대차
"2026년까지 9200명 신규고용"
서울시는 "사전협상 다시 해야"
기부채납 문제 등 재논의 방침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부지에 새 본사인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건립 계획 변경안을 내놓자 서울시가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갈등이 점화됐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공간 효율성, 비용부담 절감 등을 이유로 기존 105층 초고층 설계안을 55층 2개동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하며 조속한 허가를 요청했고, 서울시는 기존 계획이 변경된 만큼 타당성 검증 등의 절차 없이 '조속 인허가'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현대차 "5.6만명 고용창출…조속 인허가 기대"=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층수 변경안이 재협상 대상인지 여부를 문의하는 답신을 서울시 측에 전달한 데 이어 사흘 뒤인 20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GBC 변경안을 토대로 한 조감도를 전격 공개했다.
GBC는 높이 242m, 55층 타워 2개동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문화·편의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저층부 4개동 등 총 6개동으로 조성된다. 현대차그룹은 초고층 건물 1개를 짓기보다 2개 동으로 나누려는 배경으로는 용적 효율성이 높다는 점, 초고층 건물의 경우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7일 내놓았던 안으로 사실상 재협상할 뜻이 없고, 55층 안으로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지속가능성, 혁신성, 공공성이 한층 강화된 대한민국의 대표 랜드마크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GBC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 조속한 인허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재원 확보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부지 매입 비용에만 10조원 이상을 쓴 만큼, 추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 역시 이번 변경의 배경으로 꼽힌다. GBC가 들어서는 인근의 한국종합무역센터도 55층으로 위화감이 크지 않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공군 활주로 문제 등으로 인허가 문제가 장기간 지연된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가 이미 다수의 초고층 빌딩을 지었을 만큼 기술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인건비 지출이 큰 부담"이라며 "국내 노동 인력의 인건비가 높은 만큼 공사비가 2배 가까이 올라가는 데다, 수익성은 떨어져 초고층 빌딩 짓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간 효율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가 통상적인 인허가 기간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 중 이번 변경안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완료될 경우 2026년까지 약 4조6000억원 투자, 9200명의 신규 고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30년까지 총 투자액은 19조5000억원, 누적 기준 5만6000명가량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하는 공공기여액도 기존 1조7000억원 수준에서, 물가상승분이 반영돼 2조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맺은 공공기여 협약에 따라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잠실운동장 리모델링 등 공공기여 사업을 시의 요구에 맞춰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BC 프로젝트의 본격화는 인근 상권 활성화, 강남의 중심축을 바꿔 놓을 대역사로 평가받는 '서울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의 원활한 추진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도 피력했다.
◇서울시는 "이미 특례 줬다. 이번엔 원칙대로" =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계획 공표에 서울시는 당혹감을 나타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차 측은 지난 2월 제출한 수정 계획, 즉 '55층 2개동' 안(案)을 담은 공문을 지난 보내왔고, 시는 변경안의 보완을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측이 시와 협의 없이 해당 안을 돌연 언론에 공개하며 신속처리 방식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시는 GBC 높이가 기존 계획인 105층보다 절반가량 낮아진 만큼, 사전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시가 GBC 부지에 대해 건축허가를 내 준 시점은 지난 2020년 5월11일이다. 당시 시는 신속처리 방식으로 인허가를 진행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신속통합기획처럼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가 시의 구상에 맞게 105층으로 인허가를 신청, 이에 따른 특례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따라 또 한번 신속처리 방식의 인허가를 요구하는 것을 지금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명분없이는 신속 인허가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시는 계획이 대폭 수정된 만큼, 따져봐야 할 사안도 많다는 입장이다. GBC 주변 건물 배치 계획도 검토해야 한다. 1개동이 2개동이 되면 부지내 건물의 그만큼 빽빽하게 들어서기 때문이다. GBC가 워낙 대규모 사업이라 인근 건물이나 교통에 미치는 영향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상 123층인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롯데그룹측이 한때 마천루 계획을 수정하고 중층 빌딩 여러 동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건물 밀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계산된 바 있다.
시는 계획이 변경된 만큼 기부채납 문제도 다시 논의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시는 현대차가 55층 2개동 계획을 공론화한 만큼, 새 인허가 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시는 협상 기간이 약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도시계획위원회, 건축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시 관계자는 "105층 인허가 때는 도시계획위 심의와 건축심의 합쳐서 3년 걸렸다"면서 "다만 이번계획은 3년까지는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GBC 설계 변경안이 건물 높이·디자인 등 건축계획 위주의 변경인 만큼 인허가 절차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이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이 완료됐고 용적률·건폐율·용도 등 주요 도시계획 사항이 이미 결정된 상태"라며 "디자인 변경안이 도시계획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진·박순원·임주희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희진 업무상 배임" 고발한 하이브…경찰, 이번주 조사
- 故 구하라가 실마리 풀었다…승리·정준영·최종훈 `경찰 유착` 밝혀
- "돈 때문에 사람 죽일 그렇게 악한 여자 아냐"…`계곡 살인` 이은해, 옥중 억울함 호소
- 김호중 "큰 상처 드려 죄송" 팬카페에 심경글…경찰, 출금 신청
- "여성 환자 코 두피, 이마까지 올리고 사진 찍어"…불법수술 의혹 간호조무사
- 美 "한덕수 권한대행 역할 전적 지지…수주 내 韓美 고위급 대면외교"
- 거부권 행사 韓대행 탄핵 놓고 고민 깊어지는 민주당
- 정부, 2030년 경제안보품목 의존도 50% 이하로 낮춘다… "핵심광물 민·관 공동 투자·탐사 지원 강
- `전기먹는 하마` AI에 빅테크도 `원자력` `신재생` 영끌하는데… 에너지가 정치판 된 한국
- `ABC` 강조한 구광모… "`도전과 변화` DNA로 LG 미래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