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내년 전문의 2910명 부족사태
의료계 "내달 20일까지 유예기간"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대부분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됐다. 고연차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지나기 전에 복귀해야 내년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이날이 '복귀 디데이'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이대로 이어지면 내년에 전문의 배출이 2910명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공의는 지난 2월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인 2월 20일부터 병원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1.2% 수준인 8816명이 사직했고,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에게 "지금은 각자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복귀 여부를 결정할 시점"이라며 "복귀를 망설이는 전공의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돌아와 달라.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즉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레지던트 3, 4년 차에 전문의 시험을 본다. 규정상 연간 수련 기간(12개월)에서 3개월 넘게 부족하면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하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19~20일 병원을 이탈했기 때문에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늦어진다. 다만 의료계는 휴가와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한 달가량 수련 기간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오는 6월 20일까지 유예 기간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집단 이탈은 '부득이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한 달 유예는) 현장에 돌아올 때 정상 참작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전공의들에게 "원점 재검토나 전면 백지화 등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지 말고 대화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일부 전공의는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와 관련한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미미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복귀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려다가도 마음을 바꿀 것을 우려해 철저하게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이다.
정부도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계속 파악하면서 '수련 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박 차관은 "80시간인 전공의 주당 근로시간을 60시간까지 줄이는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정부는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피하기 위해 의사 국가시험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대생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의료계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보는 분위기는 전공의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고, 같이 싸우는 학생들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에 특정 과목을 수련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로 수련을 모두 마치고 시험에 응시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910명이다. 연 단위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상 한번 생긴 공백은 쉽게 메우기 힘들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면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 수가 줄어드는 등 의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전문의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사 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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