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된 사모펀드 상장폐지… 개미는 오늘도 운다
배당 확대 등 투자금 회수 목적
강제 엑시트·주가 하락에 '분통'
사모펀드 보유기업의 자발적 상장폐지(상폐)가 일종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으면서 일부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다나와'로 잘 알려진 이커머스 플랫폼 커넥트웨이브의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커넥트웨이브 지분 70%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이커머스홀딩스가 가진 보통주 1819만9803주와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전환된 이후의 주식 수 918만1470주에 김기록 이사회 의장 522만6469주, 회사의 자기주식 697만4871주를 더하면 모두 3958만2613주로, 이는 잠재발행주식총수의 70.39%다.
이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주식교환)도 가능해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로 3∼4%만 추가 취득해도 사실상 상장폐지가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사모펀드사는 '경영 편의성'을 내세우며 상장폐지에 나서지만 사실상 이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자산 매각, 배당 확대, 감자 등을 통한 투자금 회수다.
또다른 사모펀드사 한앤컴퍼니의 경우 지난해 6월 미용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인수해 두 차례의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해 98%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해 상장폐지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유상감자를 통해 1450억원을 회수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다시 유상감자로 2353억원을 가져갔다.
올해 2월 공매매수를 시작한 쌍용C&E(쌍용씨앤이) 역시 올 7월 본격적인 주식시장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후 루트로닉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강제로 엑시트(exit)된다는 점과 공개매수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주가를 헐값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커넥트웨이브의 사례를 보면 MBK의 인수와 자회사 합병이 진행된 2022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23억원으로 전년 대비 85.6% 증가, 지난해 역시 2022년 대비 12.7% 상승했다.
매출액 역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 중이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인수 발표 당시(2021년 11월 26일) 2만8400원대였던 주가는 공개매수 발표 3거래일 전(4월 24일 종가) 1만2900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MBK가 인수하자마자 19년 연속 실시하던 배당을 없애고 9개월 간 주가가 끝없이 하락해 역사상 가장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모가 1만8000원은 합리적이지 않다", "재무 건전성이 높은 주식을 상폐시켜 추후 재상장 시키려는 편법이다" 등 의견을 내고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웨이브커넥트 소액주주는 3만9200여명으로 보유주식은 1291만4234주(27.64%)다.
특히 MBK가 공개매수에 나선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웨이브커넥트 공개매수 직전에도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도 소액투자자들의 지적하는 부분이다.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지난해 공개매수 공시일(12월 5일) 직전거래일인 1일과 4일 각각 주가가 5.5%, 9.1%씩 올라 이틀간 총 15% 급등했다. 올 초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공시일(1월 25일) 직전 19일과 20일에도 주가가 각각 7.2%, 8.6% 급등한 바 있다.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 발표(4월 29일) 직전 거래일인 26일 역시 18.85% 급등했다.
이헌 컨두잇(액트 운영사) 주주연대총괄 컨설팅 팀장은 "사모펀드 입장에서 적법한 절차 내에서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사전에 부실기업을 합병하는 등 평가 절하를 시켜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주가를 의도적으로 누르는 편법이 발생했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지만 이러한 편법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밀폐용기업체 락앤락에 대한 두 번째 공개매수에 나선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파트너스도 락앤락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락앤락 지분 69.64%를 보유한 어퍼니티는 락앤락 지분 100%를 확보해 상장폐지할 예정이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1차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당초 목표 물량(30.33%)의 절반 수준인 약 16%에 그쳤다.
락앤락 소액주주들은 락앤락 영업이익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이 지속 하락, 지난해 마이너스(-) 전환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한 후 '헐값'에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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