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에게 ‘채 상병’ 수사 맡길 수 있나

한겨레 2024. 5. 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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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열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그가 공수처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오 후보자는 딸에 대한 편법 증여와 배우자 '꼼수 채용' 의혹 등을 통해 공직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이 함량 미달일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강단과 사명감도 부족함을 보여줬다.

오 후보자에게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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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열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그가 공수처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오 후보자는 딸에 대한 편법 증여와 배우자 ‘꼼수 채용’ 의혹 등을 통해 공직자가 갖춰야 할 도덕성이 함량 미달일 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를 지휘하는 데 필요한 강단과 사명감도 부족함을 보여줬다. 야당은 오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공수처장은 국회 임명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공수처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의도가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딸에게 3억5천만원을 빌려줘 배우자의 땅을 사게 하는 매우 특이한 형태로 땅을 편법 증여한 것에 대해 “세무사의 자문을 받아 절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관 출신이 이런 말을 해명이라고 할 수 있나. 또 자신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채용한 것에 대해서는 “아내가 송무 지원, 운전기사 등 직원 한 사람의 몫을 한 것은 맞다”고 했다. ‘불법이 아니면 괜찮다’는 식이다. 불법과 편법의 경계인 이런 행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장관이 되진 않는다. 세금을 적게 내려고 편법을 쓰는 건 공인 의식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다.

오 후보자에게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다. 공수처의 최대 현안인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그는 “답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특히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은 공수처법에 버젓이 나와 있는데도, “대통령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맞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일반인과 다른 예외 규정이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예외는커녕 오히려 대통령도 공수처 수사에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다. 공수처장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는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그제야 “수사 대상이 맞다”고 답했다. 마지못해 답하는 듯하다. 이런 태도로 어떻게 권력의 외압을 막고, 공수처의 독립성을 지켜내겠다는 건지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공수처는 지금 ‘채 상병 사건’뿐만 아니라, 감사원의 ‘전현희 표적감사’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한 수사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오 후보자 임명 강행은 이런 수사에 대한 특검의 필요성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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