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AI·SW, 가치 아는게 혁신 출발점

팽동현 2024. 5.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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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가끔씩 머릿속을 비워내려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을 찾아본다. 기억에 남는 하나는 중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지미 양의 영상으로, 미국에서 인종에 따라 돈 자랑 방식이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백인은 자신·가족의 삶을 위한 지출을, 흑인은 구매·소유한 재화의 값어치를 내세운다고 한다. 이와 달리 동양인은 얼마나 싸게 구했는지 자랑한다는 말을 듣고 친숙함을 느끼며 낄낄댄 적이 있다. 이는 환경과 문화에서 비롯되는 차이리라.

다만 언젠가부터 우리 소프트웨어(SW) 분야 현실에 빗대어보니 마냥 웃기지만은 않게 됐다.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고 제값을 치르는 인식이 과연 충분한지 곱씹어보게 된다. 이젠 익숙해질 지경인, 공공 정보화 부문의 다양한 사고도 그 원인을 따져보면 여기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정부가 올해 초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행정전산망 관련 장애가 그리 줄어든 것 같진 않다. 지난해 11월 초유의 민원대란을 일으켰던 '정부24'에서 지난달 초 증명서 1233건 오발급도 벌어져 국민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최근 뒤늦게 밝혀졌다. 또한 지난 2월 개통 이후 오류가 잦았던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이 이달 또다시 말썽을 부려 지방세 납부창구인 '위택스' 접속이 5시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물론 행정전산망 종합대책을 내놨다고 해서 그간 쌓여온 문제들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종합대책의 총 26개 추진과제 중 정보시스템 등급 산정 등 3개 과제가 완료됐고, 지침·매뉴얼 마련 관련 13개 과제는 연내 완료 예정이다. 법령 개정과 정보시스템 보강 등은 중·장기 과제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SW의 가치나 정보보호의 중요성 등에 대한 현장의 인식이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IT서비스업계에서 제값받기를 숙원으로 삼을 정도로, 정보보호업계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지겨울 정도로 뿌리가 깊다.

예컨대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굵직한 공공 SW사업들의 예산을 별다른 사유 없이 예타 결과보다 30% 이상씩 삭감하곤 했다. 당초 그렸던 사업 범위와 내용은 그대로 둔 채다. 여기서 현장의 '갑' 요구에 따라 과업은 그때그때 늘어나기만 한다. 공공 SW사업을 맡는 중견 SI(시스템통합)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대로, 밑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삐끗하면 사업을 접는다. 최근 FP(기능점수)단가가 4년 만에 9.5% 올랐어도 그간 누적된 개발원가와의 격차를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IT 업계에선 정부의 IT 투자 확대는 물론, 공공 IT현장의 IT에 대한 인식과 역량도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IT 시스템과 디지털 서비스의 중요성 및 복잡성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국내 공공 IT현장 시계는 과거 전자정부 초기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기반을 이루는 클라우드 전환 또한 결국은 각 현장의 의지와 투자에 그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SW 등이 지닌 무형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제값을 주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이미 다가온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우리가 겪을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나아가 이런 '제값' 인식 문제는 AI 모델이나 서비스의 가치는 물론, AI가 학습할 기사와 이미지·영상 및 각종 콘텐츠 등 데이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AI산업 초기인 점을 감안해 법·제도적 접근은 글로벌 동향을 살피며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사회적 합의와 인식 확산을 위한 토대 마련은 지금부터 준비해도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서울에 모여 AI 분야 안전·포용·혁신 방안을 논하는 'AI 서울 정상회의'와 'AI 글로벌 포럼'의 개막이 다가왔다. AI와 디지털을 외치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다져야할 토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보기를 바란다. 글로벌 AI 거버넌스 선도국 도약을 위한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도 기원한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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