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열정적인 팬덤 보유한 예능은 '무도'밖에 없었다('최강야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새롭게 시작한 JTBC <최강야구>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13일 방송된 81회에서는 최강 몬스터즈가 명문 장충고등학교를 7회 콜드 게임으로 끝내며 개막전 시리즈를 '스윕'했다. 압도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세우고 치른 두 번째 경기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또한 경신했다. 선수단 재계약과 동계훈련 과정을 보여주는 나름의 스토브리그도 있었고, 로스터를 확대해서 압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그간 오래도록 부진했던 유희관, 송승준, 장원삼 등 투수조 부상 선수들이 제 컨디션을 찾으며 가용 전력이 두터워졌다. 팀 차원의 비전 제시, 김성근 감독 이하 선수들의 진정성 가득한 야구, 선수 개개인의 스토리가 어우러지면서 실제 프로야구 개막을 기대하는 설렘이 감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선수 각각의 캐릭터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자리 잡고, 데이터와 이야기가 쌓이면서 이제 단순히 야구만의 이야기라거나, 스포츠만화 같은 성장 서사에만 기대지 않는다. '압도'를 내세운 만큼, 이제 은퇴 선수들과 아마 선수들의 도전기, 성장기를 넘어서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이기는 야구의 묘미를 기대하게 한다.
그렇다보니 <최강야구>는 프로 리그가 그렇듯 시즌을 거듭하더라도 반복되는 익숙함이 없다. 언제나 매순간 발전하고 진짜 게임 앞에 놓여진다. 게임의 준비과정을 둘러싼 성장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올린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 같고, 승부를 놓고 벌이는 게임은 실제 야구와 같다. 그래서 감정이입의 지점이 다채롭다. 은퇴한 스타 선수, 빛을 보지 못한 은퇴 선수, 프로의 높은 문턱 앞에서 담금질하는 아마, 독립야구 선수, 일반인 출신 육성선수까지 각자 더 나은 결과와 완성을 향해 최선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 영웅을 다시 만나는 반가움 너머 부상 회복, 슬럼프 극복, 여전히 더 나아지기 위해 경주하는 치열함에 빠져들고, 그 여정에 동참하고 싶게 만든다.
예능 프로그램이 주최한 야구 경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도전하는 구성원들의 태도다. 경상도 아재 농담이 표피를 감싸고 있는 <최강야구>안에는 꽤나 단단하고 경건한 삶의 태도와 진정성이 깃들어 있다. 방송 예능 안에서 펼쳐지는 야구인데 무용하지 않다. 김성근 감독과 선수들은 여전히 가르치고, 여전히 배운다. 여든이 넘은 무뚝뚝한 야구도사는 최선과 성장을 여전히 몸으로 이야기한다. 내야수이면서도 포구 및 송구 동작에 문제가 있는 아마 선수인 문교원과 90분이 넘는 펑고를 진행하고, 리그에서 120승 이상을 거두며 은퇴한 영원한 에이스 장원삼에게 투구 매커니즘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유를 따지지 않는 높은 순도의 치열함과 단박에 문제를 꿰뚫고 해답을 제시하는 원포인트 레슨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과 동기부여를 선사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즌 초반 눈에 띈 인물은 단연 새롭게 합류한 니퍼트다. 전성기를 두산에서 함께 보낸 치어리더 서현숙의 열렬한 환호 그대로, 압도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시즌3의 상징, 혹은 주인공이라 할 만한 등장이다. 은퇴선수이지만 망가짐이 없다. 첫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은 구간도 있긴 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구속과 구위를 보여주면 점점 <스타워즈>의 제국군처럼 압도하는 몬스터즈의 위용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 피스톤 콤비보다 찰진 만담을 보여주는 투수조 벤치워머들의 복귀 또한 적절한 시점에 찾아온 변화다. 오랜만에 2차전 선발로 등판한 유희관의 완벽한 마운드 복귀는 꽤나 화려했다. 평소의 장난기를 거두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낯설었지만 특유의 낙차 큰 커브와 완벽한 제구의 느린공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기에 충분했다.
예능은 역치가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예능들은 성장 서사가 힘을 잃으면 그때부터 지지부진해진다. 그런데 <최강야구>는 시즌이 반복되면서 역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쌓인다. 숙성해야 더욱 맛난 요리 같다. 야구를 하면 할수록 눈덩이를 굴리듯 데이터와 이야기가 쌓이면서 프로그램의 세계관이 점점 넓어지고 단단해지고 있다. 실제 야구 경기의 결과와 데이터에 연동해 진행하면서 성장서사의 지속가능성을 해결한 기획의 힘이다. 팀 성적에 프로그램의 존폐가 걸려 있고, 성과는 KBO리그의 역사와 현재에 연결되어 있다. 감독부터 육성선수까지 모든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보니 몰입과 공감, 정서적 유대를 쌓을 연결고리가 다채롭다. 바로 이 부분이 <최강야구>가 <무한도전> 이후 가장 열정적인 팬덤을 보유한 예능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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