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현상 유지' 외쳤지만…양안관계 '험로'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2024. 5. 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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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일 라이칭더 취임…前정부 기조 계승 의지
中 의식해 '독립' 언급 자제하며 '대화' 촉구
현상 '유지'는 커녕 현상 '변경' 시도하는 中
트럼프 당선시 美 대만 정책 변경 가능성↑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오른쪽)이 2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취임식 행사에서 차이잉원 전 총통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이날 취임식에 51개국 대표단, 500명 이상의 해외 귀빈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신임총통이 20일 제16대 대만 총통으로 4년 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있어서 '현상 유지'를 강조하며 중국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이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을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다 대만이 의지하고 있는 미국의 대만 관련 정책도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라이 총통의 앞에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라이 "양안 현상유지"…中 "독립은 죽음의 길"


라이 총통은 이날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샤오메이친 부총통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대만)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라이 총통은 이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를 계승하면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 가지 견지'는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관계 원칙으로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호 불예속 △주권 침범·병탄 불허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을 영원히 견지 등이다.

라이 총통은 이어 "1996년 대만이 처음 직선으로 총통을 선출하기 시작한 이래 중화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독립 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만이 선출한 합법적인 정부와 대등·존엄 원칙 하에서 대화로 대결을 대체하고, 교류로 포위를 대체해 협력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군사행동 및 회색위협 역시 세계 평화·안정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간주된다"고 비판했다.

라이 총통의 취임사를 종합해 보면 대만을 '주권독립 국가'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크게 반발할 수 있는 독립 '선언', '추진' 등의 발언은 자제한채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은 이 역시 대만 독립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중국이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날이 결국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도 "오늘 대만 지역 지도자의 연설에선 완고하게 '대만 독립' 입장이 견지됐다"면서 "대만 독립 일꾼의 본성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현상 유지'는 커녕 '현상 변경' 나서는 中

20일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대로에서 열린 중화민국(대만) 제16대 총통·부총통 취임식 행사 동안 대형 대만 국기가 하늘에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라이 총통이 취임과 함께 '현상 유지'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중국이 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중국은 라이 총통의 당선 이후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수위를 높이며 현상 유지 보다는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라이 총통 당선 직후인 지난 2월 1일 자국 민간항공기가 사용하고 있는 양안 절충 항로를 폐쇄하고 대만해협 중간선에 근접한 항로를 사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지난 1955년 미국 측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으로 중간선 근접 항로 복귀를 통해 사실상 중간선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

대만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대만사무판공실은 "대만해협 중간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만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단칼에 거부했다.

이어 같은달 14일에는 대만 해역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대만 당국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 전복돼 어민 2명이 사망한 사건을 빌미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대만의 관할권을 인정해온 '금지·제한 수역' 무력화에 나섰다.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번에도 "해협 양안은 모두 하나의 중국에 속하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할 불가능한 일부"라며 "소위 '금지·제한 수역'이라는 말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공을 폈다.

이후 중국 해경선이 진먼다오 해역에서 대만 유람선을 강제 검문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중국 해경과 민간어선이 합동으로 해당 해역에서 시위성 합동 순찰활동을 펴며 '금지·제한 수역' 무력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함께 라이 총통 취임 이후 중국 군용기와 군함 등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일이 더욱 빈번해지는 등 중국은 회색지대 전략(전쟁에 미치지 못하는 지속적인 저강도 도발)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만 믿고 있는데…트럼프가 대만 지켜줄까?

연합뉴스

여기다 대만이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맞서기 위해 밀착하고 있는 미국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 관련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라이 총통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미국의 대만 관련 정책이 유지되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관련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하면 거저 주는 것이며 오직 바보들만 그렇게 한다. 협상 테이블 위에서 어떤 것도 내려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2기 집권 시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해서라도 대만을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은 피하는 대신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방과의 관계를 거래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에 비춰봤을 때 그가 집권할 경우 미군이 대만을 보호해주는 댓가로 대만 역시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하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대만과의 거래보다 중국과의 거래가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대만을 포기하고 중국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왜 작은 섬나라(대만) 때문에 미국이 핵무장한 강대국(중국)과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는 거래를 하는 데도 열려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며 만들어진 여소야대 정국 속에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사사건건 라이 총통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적으로 라이 총통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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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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