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이란 권력 후계자 사망…중동 정세 또 '살얼음판' [스프]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사실상 2인자였는데요, 초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노선을 고수해왔습니다.
'시아파 맹주' 이란 대통령 사망
사진 왼쪽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입니다. 이란 내 동아제르바이잔주(州)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하고 돌아가기 위해 헬기에 탑승한 모습입니다.
현지 방송이 공개한 동영상이 라이시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모습으로 알려졌습니다.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 9명이 타고 있었는데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타브리즈의 정유 공장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헬기는 남쪽을 향해 비행하다 디즈마르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추락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튀르키예 드론이 사고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파악한 뒤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해 본격 수색이 이뤄졌습니다.
수색 작업 끝에 헬기 탑승자 전원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란 정부는 이런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튀르키예 드론이 사고 현장 찾아
헬기 추락 소식이 전해지자 튀르키예 국방부가 즉각 아큰즈 무인항공기(UAV·드론)와 헬기 등 야간 수색이 가능한 기종을 파견해 이란 당국을 지원했습니다.
이 가운데 아큰즈 드론이 열원을 파악해 이란 당국에 좌표를 제공하면서 이란이 사고 현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튀르키예 드론이 이런 정보를 알려주기 전에는 이란이 사고 지점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색에 동참한 튀르키예 아큰즈 드론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 등으로 수색 장면을 생중계 했는데요, X에서만 54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수색 당시 항로 추적 사이트를 보면 드론이 사고 현장 위를 뱅글뱅글 돌며 여러 겹의 원을 그리며 비행한 걸로 나옵니다.
아큰즈 드론은 튀르키예 방산업체가 만들어 2019년 첫 비행한 무인 전투 항공기로, 2021년부터 튀르키예 군사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추락한 헬기는 50년 이상 운용된 미국산 노후 기종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튀르기예 드론과 대조적입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 당시 미국산 벨-212 헬기를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는데요, 미 CNN 방송은 이 헬기가 1960년대 후반부터 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사고 헬기가 생산 초기 모델일 경우 55~56년 된 노후 헬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외신들은 이란 군용기 대부분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기종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란은 이슬람 혁명을 통해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축출한 뒤 서방과 등을 졌습니다.
라이시, 하메네이의 제자이자 후계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9세였던 1979년에는 이란을 이슬람 근본주의로 물들인 이슬람 혁명에 동참했습니다.
검사의 길을 걸어 검찰총장까지 역임한 뒤 2019년에는 사법부 수장으로 임명됐고, 2021년에는 이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라이시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국정 운영의 기조도 반서구·반인권적이었습니다.
2022년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 국면에서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고, 가자전쟁 중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습니다.
이란과 중동 정세는?
현지 언론들은 오는 7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때까지 대통령 직무 대행은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 부통령이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이란 정국이 격랑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히잡 시위 유혈 진압 사태, 경제난 등을 거치며 수면 밑에서 끓어오르던 국민 분노가 리더십 진공 상태를 계기로 분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계 구도 승계 과정에서 권력 투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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