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현상유지' 강조한 라이칭더 "中, 대등하게 대화하자"['친미·독립' 대만 총통 취임]
'하나의 중국' 수용 거부
美·日·유럽과 협력 강화
그는 20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 및 주변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평화만이 유일한 선택이며 대만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만과 중국은 예속되지 않는 별개'라는 민진당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중국이 주장해 온 '하나의 중국 입장'의 수용을 거부한 것이다.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으로 친미적이고 중국과의 연계성을 부정하는 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2016년 차이잉원 이후 3번째 임기인 집권 9년 차에 들어가게 됐다. 라이칭더는 오는 2028년 5월까지 총통직을 수행하게 된다.
■라이칭더 "대만은 주권 독립국가"
라이칭더는 이날 취임식에서 "1996년 대만이 처음 직선으로 총통을 선출하기 시작한 이후 중화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주권 독립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알렸다"고 선언했다. 양안 관계와 관련해서는 "오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고, 현상을 유지하며 양안이 함께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중국은 중화민국(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대만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성의를 보이기를 희망한다"면서 "대만이 선출한 합법적인 정부와 대등·존엄 원칙 아래 대화로 대결을 대체하고,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또 "우선 양자 대등한 관광여행과 (중국) 학생의 대만 취학부터 시작해 함께 평화·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칭더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촉구하면서도 '대만과 중국은 서로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 등을 골자로 한 '4가지 견지' 등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대중정책 계승을 분명히 했다. 4가지 견지는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상호 불예속 △주권침범·병탄 불허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을 영원히 견지한다는 등이다.
이에 따라 양안 간 긴장 상태는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은 차이잉원 정부를 배제하고 제1야당인 친중국적인 국민당을 대화 파트너로 활용해 왔다.
중국이 당장 군사적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중국이 대만 섬에 대한 물리적 봉쇄 등을 비롯해 다양한 제재수단을 구사할 가능성은 있다. 중국은 특혜관세 철폐 등 경제제재부터 대만 진입 선박에 대한 검색, 대만의 해안도서지역 봉쇄,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 유학생 등 인적교류 제한 등의 카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선박검색과 주요 해안봉쇄 등은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제재수단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민진당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는 분리주의 시도'로 여겨 왔다. 지난 1992년 중국과 당시 대만의 국민당 정부는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구두 합의한 바 있다. 통일과 통합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인데 이를 민진당이 깼다는 시각이다.
■미국·일본 등과 전략적 협력 강화
양안 간 긴장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라이칭더 정부는 미국과 일본, 서유럽 등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국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주미대사 격인 주미대표부 대표를 지낸 샤오메이친을 부통령으로 기용한 것도 외교안보 지평의 확대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오메이친은 풍부한 외교 경험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의사 출신인 라이 후보의 대외관계 분야의 무경험을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는 "중국이 대만 무력침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만인들이 주권을 포기한다 해도 대만을 삼키려는 중국의 의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각종 위협을 맞아 국가 수호의 결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가) 대만해협과 더 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글로벌 책임을 대만과 공유하며 세계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임식에는 8개 수교국 정상급 등 해외에서 5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고려한 듯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 전직 관리들이 참석했고 일본에서는 초당파 의원연맹 소속 3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는 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의 취임을 맞아 관계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굳건하고 강인한 민주주의 체계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한 데 대해 대만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공통된 이익과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라이칭더 총통과 정치 전반에서 협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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