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등판 임박?… 원로들 "총선백서, 全大 이후"

지난 2월7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국민의힘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등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친윤(親윤석열)계 주도로 꾸려진 총선백서특별위원회의 '한동훈 저격' 행보로 인한 소모전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2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의 오찬 회의를 가진 가운데 '제22대 총선 백서를 차기 지도부 선출 이후 발간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당대표 경선 룰을 현행 책임당원투표 100%에서 국민여론조사를 부분 부활시키자는 개정 의견도 분출했다.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총선 참패는 '정말 국민의힘이 대변혁해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영속하기 힘들 수 있다'는 국민들의 경고 메시지"라며 "하루 빨리 정통성있는 지도부가 빨리 구성돼 다 함께 지혜를 모아가야 된다"고 당부했다. 당 기조의 대전환으로 과거의 틀을 깨달라고도 했다.

회의에선 정부 정책과 당내 현안 위주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특히 총선백서특위 활동과 관련해 유준상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어떤 특정인에 대해서 책임을 지우는 백서가 돼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한동훈이 책임져야 한다고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친윤 주류의 '한동훈 책임론' 차단한 셈이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백서는 언제든 발행해야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니까 전대를 넘겨서 뒤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그렇게 하자고 워낙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전대 룰에 관해선 "당심과 민심을 (100%가 아닌) 적절히 배분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좋다"는 게 중론으로 전해졌다.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해온 조정훈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 "저는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오는 7월로 예상되는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위 내정 단계부터 그는 당대표 출마 여지를 둔 언급을 해왔지만 전격 선회했다. "백서는 절대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최근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당에선 낙선자·비주류 중심으로 백서특위 운영에 관해 비판하거나, 한 전 위원장 재등판을 점치는 움직임이 잇따랐다. 30대 초선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 등판설에 관해 "(처음엔) 안 나오는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상황이 변하면 기꺼이 나오셔서 또 뛰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49%, 1%만 넘어가면 출마할 것 같다"고도 했다. 한 전 위원장 측근인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도 지난 16일 "민심이 부를 때 거부할 수 없는 게 정치"라고 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조직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전 위원장이 'KC미인증품 해외직구 차단 반대' 입장을 낸 것에 "출마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평했다.

박상수 인천 서갑 조직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백서 책임자가 경쟁자 책임론을 강하게 써놓고 전대에 출마하겠단 건 마치 심판과 선수를 겸하는 것"이라며 조 위원장 사퇴론을 폈다. 경남 김해을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한동훈 책임론을 부정하며 "진단부터 정치적으로 오염되면 백서가 아닌 '탁서'"라고 지적했다.

서울 동대문갑에서 고배를 마신 김영우 전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전대 결과가 가장 정확한 신뢰가 가는 백서"라며 당원 판단에 맡기자고 역설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15일에 이어 이달 19일 한 전 위원장을 향해 '야당의 특검 받을 준비나 하라'는 내용의 SNS글을 올렸다가 삭제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