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삼성·SK에 반도체 보조금 적게 줘 의외…일본도 용인 클러스터 진출 준비 중”
장비사들 한국 진출 관심↑…보조금 관건
한국 매출 비중 13.4%→14.7%로 증가
삼성·SK하이닉스 HBM 투자 증가에 수혜
일본도 인재확보 고심…재교육 센터 신설
[헤럴드경제(도쿄)=김현일 기자] “최근 일본 반도체 장비업계가 전반적으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진출을 위해 신규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고바야시 쇼히데(小林章秀)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 사무국장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협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며 “최근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개선되면서 업계에서도 양국 기관, 기업 간의 교류가 전보다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협회에서 사업 전략과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최근 투자 동향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일본 반도체 장비 산업의 성장은 물론 한·일 기업 간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는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수주 실적과 기술연구 동향을 조사하고, 업계 목소리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기관들과의 교류도 주도하며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226개사가 소속돼 있으며 인텔과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같은 미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日 장비기업 한국 진출하려면 세금혜택, 보조금 있어야=고야바시 사무국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한 경기도를 언급하며 일본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연구개발 거점 등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기업명을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에 영향력 있는 반도체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 장비 기업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신규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생산을 확대하기보다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일 경우 일본 기업들의 한국 진출 시도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가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해 보조금 등 지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점은 의외”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반도체 검사를 비롯해 세정·식각 등의 부문에서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드는 반도체 기업을 경기도 일대 반도체 클러스터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 시 현금지원 규모도 지난해 500억원 수준에서 올해 4배 늘어난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삼성전자와 1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R&D 센터를 짓기로 한 것 외에 추가 유치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정부의 인센티브가 (일본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이 확인돼야 일본 장비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진출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반도체 부활 날갯짓…장비 산업도 수혜=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는 올해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총 4조348억엔(약 36조347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작년 대비 무려 27% 증가한 수치다. 일본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4조엔을 넘긴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 나아가 2025년에는 올해보다 10% 성장한 4조4380억엔(약 40조원)으로, 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올해 D램이 우선 살아나고 있고, 낸드플래시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반등하면서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며 “메모리 투자가 다시 살아나면서 지난해 부진했던 장비 기업들의 성장률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I 반도체 성능을 높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따라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 중에서도 후공정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면서 일본 장비업계 1위 도쿄일렉트론(TEL)을 비롯해 반도체 몰딩 장비 제조사 토와(TOWA), 웨이퍼를 미세하게 자르는 다이싱 장비 제조사 디스코(DISCO), 검사장치를 만드는 아드반테스트(ADVANTEST) 등을 예로 꼽았다. 모두 삼성·SK하이닉스가 HBM 생산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이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협회가 집계한 최신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한국 매출 비중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13.4%였던 한국 매출 비중은 2023년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는 14.7%로 늘어났다. 중국(38%)과 일본(15%)에 이어 한국은 세 번째에 자리하고 있다. 대만(14.6%)이 근소하게 한국의 뒤를 잇고 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한국 매출 비중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에 비례해 움직인다”며 “그만큼 두 회사의 설비투자가 계속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日도 반도체 인재확보 사활…타 산업 인재 끌어오기 나서=과거 ‘반도체 왕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쇠락하며 그 주도권을 한국과 대만, 미국 등에 내줬다. 그러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는 여전히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현재 일본 장비 기업들의 수출 비중은 90%에 달한다”며 “일본은 일찌감치 세계로 눈을 돌려 해외 기업들과 장비 연구개발을 하며 기술력을 키워왔던 것이 지금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역시 최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반도체 공장과 달리 반도체 장비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며 “결국 장비업체들이 기술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협회도 그 부분을 일본 정부에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을 이끌 인재 확보가 최대 고민거리라고 말하자 고바야시 사무국장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겪는 일본 역시 인재 수혈이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 대학 내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리며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미 다른 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회인들을 끌어오기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재교육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규슈 후쿠오카 지역에 처음 문을 연 ‘후쿠오카 반도체 리스킬링 센터’를 예로 들었다. 규슈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주요 거점이다. 후쿠오카현은 7899만엔(약 7억원)을 배정해 리스킬링(reskilling) 센터를 개설하고 교육을 실시 중이다.
도쿄일렉트론과 히타치, 스크린, 캐논, ASM 등 일본 내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재직 중인 현직 임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미래 반도체 인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학생들도 수강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업계에 있는 우수한 인재들을 반도체 쪽으로 끌어오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블록화 우려돼=고바야시 사무국장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를 묻자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가 상호 협력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지금은 한국이나 대만, 중국, 유럽, 미국이 공급망을 각자 정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앞으로 상호 협력이 이어질 지 아니면 블록화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을 각자 구축하면 반도체 제조 장비들이 많이 필요해지는 만큼 일본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반도체라는 산업 전반에서 보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의 중국 규제 효과로 일본 장비 기업들의 구형 장비가 대거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이 점에 대해 고바야시 사무국장은 “중국이 투자를 계속 늘려갈 지 아니면 지금 수준을 유지할 지 혹은 줄일 지 예상할 수 없지만 중국 내 상황에 따라 앞으로 일본 장비 기업들의 수출 실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그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이외 국가에서 메모리 투자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 의존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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