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라이시… 검사시절 정치범 5000명 사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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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 시간) 헬기 추락으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64)은 2021년 8월 집권한 뒤 이란의 초(超)강경·보수 노선을 주도해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85)를 잇는 보수파 적자(嫡子)로 자리매김했다.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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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는 2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부통령이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입법부, 사법부 수장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사망으로 하메네이의 뒤를 이를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가 권력투쟁에 빠져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정치범 처형 주도 ‘테헤란의 도살자’
1960년 시아파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 대통령은 10대 시절 하메네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1979년 이슬람혁명에도 참여했다.
혁명이 성공한 뒤 검사로 활동했던 그는 1988년에 정치범 5000여 명의 사형 집행을 주도해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였다는 죄목이었다. 2019년 미국은 이를 근거로 라이시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2017년 대선부터 대권에 도전했지만 당시엔 서방에 유화적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후 2021년 대선에서 권좌에 올랐다. 이후 대외적으로는 로하니 정권의 친서방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내부적으로는 신정일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특히 2022년 히잡 의문사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때 앞장서서 관련자들을 탄압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올 3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41%을 기록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때문에 그의 사망이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 CNN방송은 “라이시는 손에 피를 많이 묻혀 많은 이란 국민들은 (그의 사망에) 눈물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악천후-헬기 노후 등이 추락 원인인 듯”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된 뒤 20~24일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19일 기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다.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그가 탔던 헬기는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약 600km 떨어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 이란과 아제르바이잔이 공동으로 건설한 아제르바이잔 내 기즈갈라시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귀국하던 길이었다.
라이시 대통령를 비롯한 이란 정부요인들은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있었는데, 그를 태운 헬기만 추락했다. 해당 헬기에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말렉 라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보안책임자 등 9명이 탑승했다.
현지 언론은 사고 당시 거센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나머지 2대의 탑승자들도 “탑승 당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헬기는 미국산 ‘벨-212’ 기종이다. 1968년 첫 비행을 했고 이란엔 1976년경 도입됐다. 수십 년이나 된 낡은 헬기인데다, 오랜 경제 제재로 제대로 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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