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 안먹히자 힘빠진 노조 … 파업손실일수 역대정부 37% 불과
대형사업장 분쟁 크게 줄고
파업지속 일수도 9.4일 '최소'
파업공화국 오명 벗어나자
반도체·전기차 등 FDI 활기
노동법원 추진에 野 협조 필요
미조직 근로자 지원에 힘써야
◆ 사라진 춘투 ◆
최근 현대제철 노사가 극적으로 임금협상을 타결 지었다. 지난해 9월 첫 협상 이후 무려 220일 만이다. 한때 노조가 4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며 위기도 있었지만 노사가 한 발씩 물러난 결과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속에 중국산·일본산 저가 철강 유입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2019년 파업으로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내는 등 그간 노사 대립으로 수시로 파업에 시달리던 것을 감안하면 노사 모두 상생의 길을 택한 셈이다.
'파업공화국'이란 오명을 썼던 국내 노사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2년간 근로손실일수는 역대 정권 평균의 37%에 불과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도 43%에 그친다.
역대 정권별 근로손실일수는 노무현·문재인·박근혜·이명박·윤석열 정부 순으로 많았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초기 2년간 근로손실일수가 248만7610일, 문재인 정부는 143만3984일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135만7912일, 박근혜 정부가 138만3685일로 뒤를 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61만6622일로 진보 정부는 물론 다른 보수 정부들에 비해서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연간으로도 문재인 정부 시절 40만~50만일이던 근로손실일수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022년 34만일, 2023년 35만일로 줄었다. 근로손실일수는 파업 일수와 해당 기간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의 수를 곱한 것을 하루 근로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불법 파업을 엄단한 윤석열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가 안착한 데다 그동안 파업 정국을 주도하던 대기업 파업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간 역대 정부에서 대형 사업장 파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최근 2년간 많이 줄었다"며 "노사 법치주의 기조로 인해 노조에서도 파업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태도를 보였고,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단기간에 파업을 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 바로 한국의 강성 노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외국인 투자 기업 202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37.6%)와 경직적 근로 시간 제도(23.8%)에 이어 대립·투쟁적 노사 관계(22.8%)를 부담이 큰 노동 현안으로 꼽았다.
파업 리스크가 줄어들며 외국인 투자도 다시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19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장비 기업 중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은 최근 한국을 연구개발(R&D) 거점으로 확정하고 현재 규모와 입지를 논의 중이다. 삼성전자와 ASML은 7억유로(약 1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영국의 반도체 장비 기업 에드워드는 최근 충남 아산에 신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용 핵심 부품 공장을 준공했다. 에드워드는 반도체 제조 공정용 진공펌프 생산 분야 세계 1위 회사다.
자동차 업계 역시 해외 투자자 맞기에 분주하다. 중국 지리그룹 계열 전기차 기업 폴스타는 중국에서만 생산하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폴스타4를 2025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계 자동차 기업이 한국에 생산 거점을 둔 첫 사례다.
미국 전기차 부품 기업 보그워너도 자회사 보그워너DTC를 세우며 한국에 R&D 거점을 마련하고 나섰다.
여전히 민주노총의 불참 속에 사회적 대화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전투적 노사 관계와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손실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적기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은 임기 내 미조직 근로자를 위한 노동약자보호법과 노동 사건을 전담하는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국내 노조 조직률이 13.1%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조직 근로자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앞서 2년간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했지만 주 69시간제 오명을 쓰는 등 헛발질로 노동개혁 추진력을 많이 상실한 것이 현실"이라며 "미조직 근로자의 권익 향상에 남은 임기 3년간 진력해 양대 노총이 노조 대표성을 독점한 데 따른 병폐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 52시간제 개편 논란으로 어그러진 노사정 대화는 올 들어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주도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타임오프제를 위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이견을 보이면서 지연되고 있지만 정부는 조만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윤식 기자 / 오찬종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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