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린상사 주주총회 허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길 열려

다음달 이사진 교체 나설 듯
홀로서기 나선 영풍, 실적 악화
제련소 가동률 60%대 급락

고려아연 동업자인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가 계열사 서린상사 경영권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영풍 측 거부로 열리지 못하던 서린상사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린상사 지분을 다수 확보한 고려아연은 다음달 중에 주총을 열고 이사진 교체에 나설 계획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고려아연이 신청한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3월 22일 주총 소집을 허가해 달라며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연 뒤 결정 전까지 신청인 고려아연 측과 서린상사 측에서 서면을 받아 검토를 진행해 왔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영풍 생산 제품을 유통하는 고려아연의 알짜 계열사다. 지분은 고려아연 측이 66.7%, 영풍 측이 33.3%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은 영풍 측이 맡아왔다. 이 때문에 영풍 장씨 집안과 고려아연 최씨 집안 동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갈등의 불씨가 서린상사로 번지면서 양측이 서린상사 이사회 교체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의 신규 이사진 선임을 위해 이사회와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해왔다. 3월에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영풍 측 불참으로 정족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사회가 무산됐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고려아연 측은 "다음달 하순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이사회 교체 안건을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대로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의 사촌인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등 사내이사 4명을 신규 선임하고, 최창근 명예회장을 재선임하는 안을 내세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지분율에서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어 임시 주총 개최 시 안건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이 절반 이상의 의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돼 사실상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동업 관계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상증자를 두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고려아연과의 관계 악화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영풍은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 영풍이 최근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평균 가동률이 64.7%로 나타났다. 지난 10년 중 석포제련소 가동률이 60%대로 내려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75~90% 선을 유지해왔다. 이 영향으로 영풍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432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일부 공정을 일시적으로 멈춘 게 석포제련소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석포제련소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삼수소화비소(아르신)를 흡입하는 사고로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조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