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블렌딩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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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이처럼 블렌딩이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배합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석유 거래 업체(Oil-Trader)는 세계 각국에서 구매한 석유제품을 싱가포르처럼 블렌딩이 자유로운 국가로 운송해 다양한 수요에 맞게 블렌딩하고, 이를 다시 최종 국가에 판매해 이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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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남다르다.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커피는 원두에 따라서 향, 산도, 단맛, 쓴맛, 식감이 모두 다른데 보통 기호에 맞게 2~5종류의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혼합)하여 먹는다. 각각의 원두가 가진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여 더욱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마 블렌딩이 있기에 사람들이 커피의 매력에 더 빠져 있지 않을까.
이처럼 블렌딩이란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을 배합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뿐 아니라 포도주(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 위스키도 블렌딩으로 맛과 향을 높인다.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도 여러 재료를 어머니들만의 노하우로 맛있게 블렌딩한 결과물이다.
블렌딩이 우리가 먹는 음식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는 각자의 개성을 가진 원료들이 블렌딩을 통해 부족한 점은 채우고 좋은 점은 조화를 이룸으로써 최적의 품질과 가치로 재탄생한다.
특히 휘발유, 경유와 같이 원유를 정제하여 만드는 '석유제품' 시장에선 블렌딩이 필수적이다. 나라별로 생산할 수 있는 석유제품의 종류는 한정적이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석유제품의 종류와 품질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국제 석유 거래 업체(Oil-Trader)는 세계 각국에서 구매한 석유제품을 싱가포르처럼 블렌딩이 자유로운 국가로 운송해 다양한 수요에 맞게 블렌딩하고, 이를 다시 최종 국가에 판매해 이익을 얻는다. 싱가포르는 석유제품의 자유로운 블렌딩을 허용해 400여 개 석유 거래 업체를 유치하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 오일 허브로 만들기 위해 석유탱크, 항만시설 등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에 위치하고, 국내 정유사가 정제하는 석유제품의 품질도 높아 석유 블렌딩을 하기에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와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고품질의 국산 석유제품을 국내에서 블렌딩하지 못하고 싱가포르 등 블렌딩이 가능한 외국으로 곧바로 수출만 해왔다. 국산 석유제품을 국내에서 블렌딩하면 원유 수입 시 납부한 각종 세금을 환급받거나 면제받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관세청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이끌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규제를 혁신한 결과 올해 초 국산 석유제품의 국내 블렌딩과 관련한 세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로써 국제 석유 거래 업체는 더 이상 중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의 블렌딩 물량을 멀리 싱가포르까지 갈 필요 없이 국내에서 우리 석유제품과 함께 블렌딩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 더 많은 외국 기업과 일자리가 유치될 것으로 기대되며 정유사, 석유탱크 업계, 항만 산업 등에서 창출될 부가가치는 연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 규제혁신은 단순히 석유를 섞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오일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필자는 퇴근 후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과 삼겹살을 먹으며 맥주에 소주를 블렌딩해 마시려 한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는 것,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블렌딩의 미학이다.
[고광효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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