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성폭력 조사 이후 "사회적 정의·적절한 배상 필요"
남아공·페루·티모르-레스테·시에라리온 진실화해위 사례 분석
해외 사례서 성폭력 조사 사례 '젠더관점 부재' 지적
5·18 성폭력 조사 이후 향후 과제도 논의
5·18 성폭력과 관련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16건에 대한 진상규명 결정을 하는 등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진실화해위원회 사례에 기반해 진상규명 이후의 사회적 정의 회복과 적절한 배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 18과 성폭력: 진실규명의 현안과 향후과제'에 관한 토론회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렸다.
이날 광주시의회 정다은 5·18특별위원장이 좌장으로 열린 토론회에는 서울대 여성연구소 신상숙 연구원과 장임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윤경회 조사4팀장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특히 이번 토론에서는 해외 진실화해위원회 성폭력 및 젠더폭력 대응 사례를 분석하고, 피해자 중심적 접근과 진상규명의 의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국가폭력 등 대규모 폭력으로서 젠더폭력에 대응해 왔던 해외 사례들로는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1995~2000년) △페루 진실화해위원회(2001~2003년) △티모르-레스터 수용·진실·화해 위원회(2002~2005년) △시에라리온 진실화해위원회(2002~2004년)이 사례로 제시됐다.
해외 국가폭력 성폭력 조사 사례…'젠더관점 부재 지적'
해외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대다수 성별, 인종 등 다양한 지역 환경에 따른 젠더관점의 부재가 조사 과정과 결과에 있어 한계로 나타났다는 점이 지적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궁극적으로 젠더관점의 부재로 인해 성폭력 및 젠더폭력 진상규명이 실패했다고 분석됐다.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여성들 다수는 남성의 피해를 진술하고 있고, 신체적 침해를 중심으로만 피해가 조사됐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5·18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여성 피해자들이 사회적 낙인이나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하는 등 향후 발생할 불이익을 우려해 강간이나 기타 형태의 성폭력 경험에 대해 공개적 증언을 회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남아공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러한 조사 결과의 문제점에 대한 권고안을 수용해 여성단체대표와 언론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하고, 여성특별청문회를 구성했다. 1996년부터 1997년까지 총 세 차례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여성으로만 공청회 참여자를 구성하고 가림막 설치를 통한 증언자의 익명성 보장에 나섰다.
페루 진실화해위원회 역시 조사 과정에서 여성들이 가족 내 남성 구성원의 피해를 일차 피해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젠더관점을 통합하는 과제로서 진실화해위원회 내 사법팀에 젠더팀을 별도로 마련해 여성단체와 여성학자들 간 적극적인 협업을 높여 문제 해결에 나섰다.
시에라리온 진실화해위원회의 경우 시에라리온 사회에서 여전히 강간이 공동체 명예를 침해하는 범죄로 생각한다는 관습적인 신념이 성폭력 피해진술에 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됐다.
티모르-레스테 진실화해위원회는 지역 내 가부장적 관행과 낮은 교육수준 등 젠더 관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공개 토론 워크샵을 진행하고, 공동체 내 남성 리더들을 참여시켜 전동적 가치에 도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5·18진상규명조사위 성범죄 16건 진상규명…향후 과제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최근 5·18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최종보고서 발간을 앞둔 가운데 5·18 성폭력 사건에 대한 향후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조사에 이어 피해자의 배상에 대한 권리가 원상회복이나 금전적인 배상에 한정되는 개념이 아닌 피해자의 재활과 책임 인정을 포함한 공식적 사과 등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위해 사회적 정의를 확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적인 정의 실현에 국한되지 않고 인권 침해에 대한 회복적인 차원에서 공동체의 정의실현을 절차에 포함시켜 사회적 정의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젠더관점에서 공동체 문화 구축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 마련 등 지역 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광주시는 2000년 중반 이후 5·18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 등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5·18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은 마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젠더기반 폭력에 대한 전문 상담 인력 마련 등 5·18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역사회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다 5·18 성폭력 관련한 결과를 공개해 공식적으로 5·18 성폭력 피해자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발표를 맡은 장임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18 성폭력 피해 사건 판단기준에 대한 논쟁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다른 해외 사례와 달리 조사보고서에 소수의견이라는 항목으로 반대의견이 게재됐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불평등한 젠더구조의 효과로 피해자들의 진술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정받더라도 피해회복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돼 왔다"며 지적했다.
앞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이종협·이동욱·차기환 위원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원칙' 이론을 내세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 본인 진술이 있고 피해자가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으며 계엄군이 피해장소를 포함한 지역에서 작정 중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계엄군을 성폭력 가해자로 인정했다"며 "이러한 사실인정 판단 기준 및 그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체 직권조사보고서 가운데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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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CBS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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