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특검 추천권 불공정" vs 野 "권력 남용 심판" 극한 대치
尹, 오늘 국무회의 후 재가 예상
국힘, 재의 표결 대비해 표 단속
민주는 22대 국회서 재발의 예고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임박하자 여야 간 대치도 극한으로 치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공동 대응에 나서며 투쟁 강도를 높였고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공정하지 않다”며 결연한 반대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정의당·진보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 등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7개 야당 원내 지도부는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이 21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단 장외투쟁을 통해 압박 강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들은 “만약 대통령이 열 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이는 총선 민심 정면 거부 선언이자 국민 안전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면서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잇단 거부권 행사는 심각한 입법권 침해이자 삼권분립 훼손 행위인 만큼 조건 없이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기를 바란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 인내심을 또 시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통령실 앞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면서 “특히 대통령 자신의 연루 혐의를 밝히려는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정당성을 갖기는 극히 어렵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예상대로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8일 본회의를 소집해 재의 표결에 들어갈 계획이다. 만일 재의결 요건(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권 내에서도 채 상병 특검 찬성 여론이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반대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켜 정부로 이송된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두 개의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특검 추천 절차에 대해 “특정 정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임명 방식으로는 특검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야당이 정략적으로 특검을 악용하지 않도록 검찰과 경찰·공수처 등 수사 당국은 공정하고 엄정하게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야당이 재의결을 위해 본회의를 열면 ‘표 단속’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미 안철수·김웅 등 여당 일부 의원들이 특검법 찬성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다 무기명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낙선·낙천·불출마 등으로 22대 국회 입성이 불발된 의원 58명의 본회의 출석도 꼼꼼히 챙길 방침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특검 반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특검법 재의 표결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선(先) 수사, 후(後) 특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생각은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다만 법리적 정당성과는 별개로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만큼 정진석 비서실장 등 참모진이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별도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상병특검법은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상정 및 의결되고 직후 윤 대통령이 재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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