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수용하라" 범야권 기자회견… 尹 압박

민주·조국 등 7개정당 장외투쟁
대통령 거부땐 범국민대회 예정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등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7개 정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채 상병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21일 국무회의를 하루 앞두고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이다.

야7당은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와 정황을 살펴보면 해병대원 사망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부당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며 "정황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대통령이 정당한 명분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최고 책임자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윤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통령이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선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섰던 한 청년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기는커녕 오히려 진상을 덮으려 해서야 되겠나"라면서 "그러고도 이 정권이 진짜 보수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들은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한 잇단 거부권 행사는 심각한 입법권 침해이자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번에도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 삼아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기를 바란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대통령실 앞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법률 재의요구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면서 "거부권의 오남용은 행정독재 국가가 등장했다는 징표"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범야권은 이번 주 대규모 장외 집회를 이어가며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5일 '국민 명령은 해병대원 특검'이라는 슬로건 아래 각종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하는 대규모 범국민 대회를 갖는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 2개 수사 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사안"이라면서 "본래 특검은 수사 기관이 수사를 하고 난 다음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특별 사안에 대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 재의결 과정에서 이탈 표 최소화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려는 목적의 개헌 언급 등 야당의 최근 시도는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자 반헌법적"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