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파의 부상, 옆구리 투수의 퇴조…변화하는 필승조의 풍경

최근 프로야구에서 필승 계투조에서 옆구리 투수들의 존재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때 각 팀의 필승조에 약방의 감초처럼 자리했던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들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옆구리 투수는 위에서 아래로 던지는 정통파 투수와는 달리, 옆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의미하며, 그동안 낮게 가라앉는 싱커성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구사해 상대 팀의 외국인 타자와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2024년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등록 선수 명단을 보면, 필승조에서 활약하거나 괜찮은 성적을 거둔 옆구리 불펜 투수로는 박명근(LG 트윈스), 박민호(SSG 랜더스), 한현희(롯데 자이언츠) 정도만이 눈에 띈다.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등 일부 팀에는 아예 옆구리 구원 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옆구리 투수였던 정우영(LG)은 최근 제구 난조로 고전하고 있으며, 베테랑 우규민(kt wiz)도 나이를 이기지 못하고 성적이 하락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은 옆구리 투수들에게 불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ABS는 카메라가 투구 궤적을 찍어 컴퓨터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으로,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의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특히 좌우 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에서 좌우 각 2㎝를 확대 적용한 총 47.18㎝로, 중간 면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옆구리 투수들에게는 ABS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옆으로 던지는 투수들은 이제 웬만한 제구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혹하기 쉽지 않다.

대신 시속 145㎞ 중반 이상의 빠른 볼을 던지는 옆구리 투수들은 여전히 힘으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 반면 정통파 투수들은 높은 스트라이크 존을 잘 활용해 타자를 상대할 수 있어 ABS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옆구리 투수들의 퇴조는 단순히 투구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함께 요구되는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옆구리 투수들이 다시금 필승조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연합뉴스
최대영 rokmc117@fom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