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타버스에서 여는 전시·발표회…`픽키즈`로 어린이집·유치원 공략했죠"
'열매들의 춤 솜씨', '나도 최고야', '지구를 지켜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
언뜻 동화책 제목 같지만, 최근 LG유플러스 메타버스 전시관 '픽키즈'에서 열린 아이들 학예회 전시 타이틀들이다. 문자로 전달받은 링크를 눌러 픽키즈에 접속하면, 마치 전시장처럼 구성된 공간에서 학부모와 친지들이 각자 개성대로 꾸민 아바타로 분해 우리 아이 작품을 찾아다닌다. 작품을 찾아 누르면 아이가 그린 그림이 나오는가 하면, 영상에 아이들의 모습이 뜬다. 픽키즈를 찾은 아이들 아바타는 공간 안 피사체를 맴돌며 뛰어다니고 친구들과 채팅한다. 아이들의 작품을 감상한 학부모들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작품 같아 아이가 화가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이 광고모델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메타버스 수익화에 대한 고민이 치열한 가운데 LG유플러스가 키즈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어린이집·유치원을 겨냥한 픽키즈를 내놓고 기업간거래(B2B)에 이어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플랫폼 자체 매출까지 내는 기반을 갖춘다는 전략이다.
지난 16일 만난 우아미 LG유플러스 인피니스타 픽키즈TF PM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어린이집·유치원 등 기관을 대상으로 픽키즈 비즈니스모델을 검증하고 단독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며 "키즈 타깃의 B2B2C 모델은 픽키즈가 처음으로, 영어유치원이나 미술학원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전시 개설권'을 구매해 쓸 수 있는 방식의 픽키즈는 학예회나 졸업식 등 행사를 메타버스로 옮긴 게 특징이다. 픽키즈는 루브르 박물관, 우주선, 대형 디스플레이 등 총 7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콘텐츠 게시도 쉽게 해 아이들의 작품 사진이나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을 올리듯 업로드 하면, 유·아동과 가족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코멘트를 남기듯 방명록 작성도 할 수 있다.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25명인데, 추가 채널을 개설하면 수용 인원을 늘릴 수 있다. 아이들의 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웹에 불법 복제와 변조를 방지하는 DRM을 적용해 초상권도 보호한다. 아이의 정보를 활용한 인증을 통해 접속할 수 있도록 해 개인정보 악용 우려를 막았다.
픽키즈는 그간 가상현실(VR)이나 '아이돌라이브' 등을 서비스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했다. 화질 좋은 영상이나 사진을 수용하기 위해 최적화 단계를 거쳐 현재 iOS 기준 '아이폰 XS', 안드로이드는 '갤럭시S20'까지 지원하는데, 이보다 낮은 사양의 단말도 구동 가능하다. 픽키즈 개발을 담당한 최재호 LG유플러스 실감미디어서비스개발팀 선임은 "어린아이부터 학부모, 노년층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뿐 아니라 링크 형태로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아이들도 접속해 서로 즐기면서 놀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고 말했다.
특히 픽키즈는 그간 요원했던 메타버스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접속률도 높을뿐더러 가입자 중 70% 가량이 개설 단계에 돌입했다. 최근 종료된 전시는 인당 27분가량 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테스트 전시 개설권은 15만원이다. 어린이집·유치원의 인터뷰, 데이터를 모아 금액을 정했다.
엔데믹 시대에도 메타버스의 성장 잠재력은 크다. 우아미 PM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원아들과 모바일 접속이 일상인 부모 세대들은 픽키즈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바쁜 일상 때문에 직접 어린이집·유치원을 찾을 수 없는 부모나 친지들이 메타버스의 강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픽키즈 접속자의 절반 이상은 해외를 포함해 서울 이외 지역에서 접속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하노이에 사는 할아버지가 픽키즈에 접속해 손주의 작품에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 아이들 연령별 연대기를 모은 콘텐츠 아카이빙이나 오브젝트 등 3D 형태의 작품을 게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우아미 PM은 "아이들의 그림이나 작품을 바탕을 주요 테마와 주인공을 선택하면 동화책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기술검증(PoC) 중"이라며 "픽키즈에 AI도 접목해 확실히 다른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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