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축구 사랑이 빚어낸 열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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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종주국임을 내세우기에 영국의 실력은 변변치 못하다.
단 한 번 월드컵 우승을 했고, 올해는 영국의 어떤 클럽도 챔피언스리그나 유로리그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축구 시즌(8~5월)에 영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평화로운 기차여행을 선호한다면 토요일 아침에 기차를 타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축구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런 분위기를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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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원정경기 보러 가는
축구팬들로 전국 열차 붐벼
아침부터 응원가 울려퍼져
축구 종주국임을 내세우기에 영국의 실력은 변변치 못하다. 단 한 번 월드컵 우승을 했고, 올해는 영국의 어떤 클럽도 챔피언스리그나 유로리그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부족한 실력을 열정으로 만회한다.
축구를 단지 영국의 국민 스포츠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영국에서 축구는 국가적인 집착 수준이다. 아마 지금 여러분이 떠올리고 있을 EPL은 영국 축구로 따지자면 빙산의 일각이다. EPL 아래로 3개의 프로리그가 있고 그 아래로 수많은 세미프로리그가 존재한다. 그중 일부는 EPL에서 강등된 팀이 속해 있는 만큼 매우 치열하다. 어떤 세미프로팀 홈구장의 수용 인원은 1만4000명이 넘기도 하는데 매주 1만명 정도의 관중을 끌어모은다. 이는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하는 동안 수백만 아니 수천만 명의 영국팬이 한국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팀들의 경기를 경기장에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영국 톱5 리그들은 모두 전국리그이기 때문에 팀들은 경기를 위해 원정을 다니고 홈경기와 원정경기 모두를 직관하는 골수팬들은 클럽을 따라 전국을 누빈다. 대부분의 경기가 토요일 오후에 열리므로 이것은 축구열차라는 또 다른 현상을 탄생시켰다.
산업혁명 동안 영국 전역을 빠짐없이 연결하는 철도망이 생겨났고 이것은 영국팬들이 당일치기로 원정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숙소 비용까지 더한다면 너무 큰 지출이 되므로 대부분의 팬들은 경기를 보고 당일날 귀가를 한다. 첼시가 아스널과 같이 런던 다른 지역에 연고를 둔 팀과 경기하는 경우라면 간단하지만,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본머스가 저 멀리 잉글랜드 북동쪽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한다면, 팬들은 기차로 7시간이 걸리는 472㎞를 왕복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부분 경기의 킥오프가 오후 3시쯤이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여정은 매우 이른 아침에 시작된다. 그래서 축구 시즌(8~5월)에 영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평화로운 기차여행을 선호한다면 토요일 아침에 기차를 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영국 전역에 축구경기가 넘쳐나는 터라 기차는 시끄러운 축구팬들로 가득하다.
대부분의 원정팬은 남성들인데 이들은 어김없이 맥주로 가득 찬 가방을 가지고 기차에 오른다. 맥주를 몇 캔 비우고 나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시끄러운 욕설이 섞인 응원가와 맥주 냄새로 기차 칸을 순식간에 점령한다. 1980년대 축구 훌리건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사람이라면 섬뜩함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인들에게 축구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런 분위기를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토요일 붐비는 기차역 플랫폼에 서서 축구스카프와 유니폼의 물결이 빚어내는 태피스트리를 감상하며 승리감에 도취된 에너지 넘치는 응원가로 가득 찬 공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런 축구 열기는 상당히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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