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관장이 폭행해” 아동학대 주장…CCTV로 밝혀진 ‘반전’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세종시 어린이 폭행하는 미친 태권도 관장XX’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 A 씨는 “친한 형님의 아들인데, 아무리 아이가 잘못했다 한들 이 정도 폭행은 납득이 안 간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뺨에는 새빨간 손자국이 남았고, 이마에는 커다란 혹이 나 있다.
A 씨는 “첫째와 둘째가 태권도장에서 집에 오는 길에 서로 감정이 상해서 첫째는 학원 차를 타고, 둘째는 차를 안 타고 버텼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첫째는 학원 차로 보내고, 둘째는 관장이 데리고 들어와 훈육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장이 훈육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 체벌했다고 한다. 뺨 두 대를 맞았고, 이마에 난 혹은 맞고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난 상처라고 한다. 아이는 관장이 때렸다고 얘기했다”며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관장이) 다 털어놓고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12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1400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성인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저렇게 때릴 수 있나”며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이튿날인 19일 태권도 관장 B 씨는 같은 커뮤니티에 ‘어제 초등학생 형제의 싸움에 미친 XX가 된 관장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박했다.
B 씨는 “고민 끝에 17일 사건 영상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B 씨는 “영상의 두 아이는 형제”라며 “아이들이 치고받는 장면의 장소는 차량 탑승을 위해 잠시 대기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싸움이 시작되고 사범님이 와서 제지한 시간까지 5분도 채 안 된다. 바로 제지했고, 그 후 의자와 집기류를 발로 차는 아이를 30분 정도 사범님이 데리고 있었다”고 했다.
B 씨는 “저는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제가 사각지대만 이용해 아이를 때린 것처럼 만들어진 내용이 사실인 양 전국구 사이트에 뻗어나가 지역 맘카페까지 올려져 신상이 노출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때린 적 없다고 말했음에도 (A 씨는) 제가 경찰에 자백하고 죄송하다고 한 것처럼 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경찰서에 다 이야기하겠다”며 “백번의 글보다 법적으로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B 씨는 처음 글을 올린 A 씨를 향해 “실명을 알 수 없어 진정서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글을 올려 그간의 제 노력을 짓밟았다. 인생을 걸고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고자 한 (나의) 노력을 감히 이따위로 경솔하게 한 당신의 행동에 대해 선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 삼고자 영상을 올린 게 아니다. 부모나 아이에 대한 모욕은 제발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열심히 아이들과 수련하고자 한다. 불안해하실 부모님과 관원들, 제 가정의 아내와 아이들만 생각하며 집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B 씨의 글이 올라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사과 글을 올렸다. A 씨는 “많은 분께 불편함을 끼쳤다.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받으셨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한 실수는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며 “아이들과 부모님, 태권도 관장에 대한 욕은 이 사태를 야기한 저한테 해주시고, 저도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만약 CCTV가 없었더라면 마녀사냥으로 한 가정이 나락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 사과 글을 올릴 게 아니라 관장에게 직접 사과하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관장은 절대 합의해 주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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