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40억 매출 올린 뒤 돌연 ‘음주운전’ 시인…돈 때문에 ‘자수 골든타임’ 놓친 김호중 [SS초점]

원성윤 2024. 5.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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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 사진 | 생각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가수 김호중이 결국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고 이후 열흘, 언론보도 이후 4일만이다. 하지만 시점이 묘하다. 무려 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창원 콘서트(18~19일)를 마친 후였다. 가요계에서는 “팬을 볼모로 수익만 바라본 최악의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음주 안했다”→“공황장애”→“음주운전 했다” 거짓 해명 릴레이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차선 택시와 부딪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자리를 떠났다. CCTV 확인 결과 김호중의 차 바퀴가 들려 택시 오른쪽 휀더를 타고 넘어간 대형 사고였지만 김호중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다.

이후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매니저가 경찰에 대신 출석해 거짓 자백했다. 김호중은 사고 이후 17시간 만인 10일 오후 4시 반경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뺑소니 사실만 시인하고 음주운전 혐의는 부인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14일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거짓해명으로 일관했다. 14일에는 “당황한 나머지 사후처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음주 측정 결과 음주수치는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CCTV와 경찰수사를 통해 음주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1차 스크린골프장, 2차 음식점, 3차 단란주점 등 줄줄이 술을 마신 정황이 나오자 ‘공황장애’와 소속사 대표 핑계를 댔다. “공황이 심하게 온 김호중이 잘못된 판단을 했으며 매니저의 거짓 자수는 소속사 대표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더불어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결국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자수 골든타임’도 이미 지난 뒤였다.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김호중을 비롯해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매니저 등 4명에 대해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했다. 조만간 소환조사 한 뒤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구속 수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지경이지만 김호중 측은 무대에 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장 23~24일,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김호중&프리마돈나’ 출연이 예정돼 있다.

공연 주최사인 KBS는 사건 이후 주관사 두미르에 김호중 대체 출연자 섭외를 요청했지만 두미르 측의 답변을 듣지 못하자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을 금지했다.

아울러 다음달 1일과 2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공동 주최사인 SBS 미디어넷이 해당 공연의 연출을 맡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콘서트를 둘러싼 위약금을 청구하겠다는 ‘집단 소송’ 움직임도 온라인상에서 일고 있다. 콘서트 1~2일전 티켓을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 30%를 관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소속사가 도의적으로 수수료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호중 콘서트는 VIP 23만원, R석21만원에 달해 수수료만 6만원 이상 나온다. 현재까지 소속사는 환불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악의 언론대응 불구, “집으로 돌아오겠다”며 팬덤에 기대는 기만적 모습

가수 김호중. 사진 | 생각엔터테인먼트

사안은 심각하지만 김호중에게서 자숙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19일 팬카페에 남긴 글에서 “죄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하겠습니까”라며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글을 적었다.

경찰 조사 이후 검찰 기소, 법원 재판 이후 실형 선고까지 가능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팬덤에 기대는 모습이다.

김호중과 소속사의 잘못된 처신으로 피해를 입은 공연 기획사, 광고업체 등도 울상이다. 특히 김호중을 모델로 내세운 업체들은 난감하다. 계약서상 법원 판결 이후에야 위약금을 요구할 수 있다. 그때까지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다 끝나고 난 뒤에 위약금을 물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 돼 있어 우리도 진퇴양난이다”며 “현재로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난처하다. 검색하면 우리 제품이랑 김호중 이름이 같이 떠서 이미지 타격이 크다”고 호소했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소속사가 주도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면서 트로트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끼쳤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연예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내 소속 아티스트가 그랬으면, 정말 힘든 일이지만 사실대로 얘기하고 처벌받고 수습했을 것”이라며 “운전자 바꿔치기에 도피까지 하는 건 이 업계 종사하면서 본 것 중에 최악이다. 공권력을 우롱하고 증거인멸한 건 용서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팬들 역시 문제다. 무조건적으로 아티스트를 옹호하니까 팬클럽만 보고 가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을 앞둔 김호중이 목 컨디션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프로답지 못하다’는 질책이 제기됐다. 공연 연출 업체 한 대표는 “아티스트가 공연을 앞두고 컨디션을 관리하지 않고 그렇게 많이 마시고 음주운전까지 한 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피해를 입은 공연 기획사는 무슨 죄냐”고 지적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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