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복귀시한에도 꿈쩍않는 전공의…전문의 수급 차질 우려
전공의 "성폭행만큼이나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워"
[더팩트ㅣ김시형·장혜승·조소현·이윤경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 복귀가 미미하다.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각하 결정하고 병원을 떠난지 3개월이 넘으면서 사실상 복귀 시한이 다가왔음에도 요지부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의 수급 차질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빅5'를 비롯한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서울성모병원은 "오늘 복귀한 전공의는 단 한명도 없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도 "복귀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으며, 서울아산병원 역시 "특별히 큰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19~20일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전문의수련규정)은 전공의가 석 달 넘게 결근할 경우 다음해 전문의 면허 취득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2월19일 이탈한 전공의의 경우 3개월이 되는 오늘까지 복귀해야 한다"며 "개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병원으로 조속히 돌아와 수련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당 근로시간 80→60시간 단계적 축소 △수련비용 국가 지원확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도 논의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대부분의 전공의는 복귀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측은 이날 "(전공의 복귀 관련) 대전협 차원에서 나온 방침이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공의는 "필수의료 전공의들은 굳이 수련을 더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미용을 하든, 인기과를 준비하든, 해외를 준비하든, 일반의를 하든 할 것 같다. 지역의료, 필수의료는 완전한 붕괴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전공의들은 정부로부터 수차례 신체의 자유를 뺐겠다는 경고를 받은 상황"이라며 "동기 중 한 명은 성폭행만큼이나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고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전공의는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정부의 말은 의도가 아무리 선하더라도 가해자의 말로만 보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교수들 역시 제자들의 복귀 움직임이 불투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범석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공보담당 교수는 "전공의들은 아주 강경한 상태"라며 "전공의들 입장에선 후배인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복귀한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이들은 지금 돌아오면 '패배자'처럼 복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돌아오리란 법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고 교수는 "전공의 미복귀로 전문의가 안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공중보건의가 줄어 지방의료가 무너지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가 잘 모르고 있다. 당장 의사들을 어떻게 잡을지만 생각하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배우경 전 서울의대 비대위 언론대응팀장은 "현재 전공의들에게 버텨라, 복귀해라 등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들의 태도를 바꾸려면 (정부가) 복귀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소송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부회장은 "지난주 서울고법에서 학생의 원고 적격성을 인정을 했고 재판이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교육농단'에 대한 의문으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 결정했다. 재판부는 전공의와 교수들의 신청은 각하했지만 의대생들의 신청 자격은 인정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권리 침해보다 공공복리를 우선해 이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고법은 현재 의대생·전공의·교수 등이 제기한 의대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 총 6건을 심리 중이다. △충북의대 등 13개 의대생 4058명 △강원의대 등 16개 의대생 4498명 △울산의대 등 15개 의대생 4051명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전공의, 의대생 및 교수 33명 등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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