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정부, 대통령 사망 공식확인… 중동정세 다시 요동
성직자-군부간 파워 싸움 우려…군사정권 발전 가능성도
이란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일행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란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50일 이내 보궐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오는 7월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 이은 2인자로 꼽혀온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함에 따라 중동 정세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국영 매체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내각은 이날 오전 모하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이 소집한 긴급회의 후 성명에서 라이시 대통령 일행의 '순교'를 공식 발표하고 "아무런 차질 없이 국정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IRNA, ISNA 통신 등 현지 매체는 이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유고시 수석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며 50일 이내로 보궐선거를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SNA는 "입법부와 사법부 수장 등으로 구성된 선거관리 위원회가 50일 이내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조직한다"며 "대선은 오는 7월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란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히잡 시위 및 경제난 등으로 민심 이반을 겪어온 이란 국내 혼란상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계구도 승계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이시 대통령을 제외하고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거의 유일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년 간 이란인들은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 후보자는 라이시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단 두 명뿐이라고 여겨왔다며 "다른 성직자들도 다크호스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그들이 충분한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자리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정국이 또다른 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디언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확인될 경우 이란 최고지도자 자리의 세습 가능성을 확실히 높이게 된다며 "이는 많은 성직자가 이란의 혁명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중차대한 권력 투쟁이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란 국내적으로는 성직자들과 군 세력간 파워 싸움이 현실로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자도자 자리에 오를 경우 "반발을 견디기 위해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의존할 것이며, 이는 결국 정권 내의 IRGC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며 그 결과 이란이 성직자와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혼합 정권'에서 군사 정권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이란이 국내적으로는 종교적 보수주의가 약화할 수 있지만, 대외 정책 면에서는 서방 등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 전반에서도 격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서방 언론은 진단했다. 가디언은 "이번 헬기 추락 사태는 이란이 이미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와중에 일어난 것"이라며 "정치적 과도기에 놓여있는 이란이 지도자 한 사람이 바뀌는 것 이상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를 타고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하다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변을 당했다.
이란 구조 당국은 추락의 원인이 악천후라고 잠정 결론짓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로 헬기에 동승했던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타브리즈 지역 금요대예배 이맘(예배인도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리 알레하?,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조종사, 경호원 등 9명이 숨졌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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