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조각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각의 형태…모란미술관 ‘지각의 통로’

김보람 기자 2024. 5. 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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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원 作 ‘두 나비 Two Butterflies’. 모란미술관 제공

 

‘지각’은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모란미술관은 오는 7월28일까지 ‘지각’의 의미를 담아 조각의 형태를 새롭게 바라보는 전시 ‘지각의 통로’를 선보인다.

모란미술관이 올해 첫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지각의 문제에서 출발해 조각의 고유한 속성인 물질로 구현된 형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관람객은 시지각을 통해 예술조각을 바라보지만 개인의 경험, 문화적 배경, 감각의 상태 등에 따라 예술작품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김승영 作 ‘뇌’. 모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 등 작가 네 명의 조각, 설치작품, 드로잉 30여점으로 구성됐다. 이들 작가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보는 방법에서 벗어나 전복, 해체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김승영 작가는 일상의 경험과 관찰, 자연을 관조하면서 얻은 삶에 대한 성찰을 재료와 매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주로 삶과 죽음, 관계, 기억, 흔적, 소통 등과 관련된 감정을 주제로 다루는데, 일상에서 발견되는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함께 사용하고, 빛, 색, 향,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통해 몸의 감각 확장을 이끌어 익숙한 듯 낯선 새로운 지각경험을 선사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박선기 作 ‘착시’. 모란미술관 제공

박선기 작가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그가 다루는 시지각의 문제는 작은 개체들이 배열된 집합을 하나의 완전한 덩어리로 지각하는 ‘게슈탈트’를 바탕으로 우리의 눈이 인지적인 능력과 함께 ‘관념’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이다.

이창원 작가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사회에서 ‘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대조적인 간극을 드러내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지각의 덫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임선이 作 ‘Trifocal Slight’. 모란미술관 제공

임선이 작가는 주체의 시선 너머에 시대의 눈이 개입하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자연을 인식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인간의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임 작가는 레이어로 층층이 쌓인 인왕산, 남산의 풍경을 통해 자연을 데이터화 해 다루는 현대사회의 관점을 부각한다. 특히 산의 레이어 색상을 붉은색, 푸른색으로 대비해 신경증적인 현대인의 시선과 무감각한 현대인의 감정을 녹여냈다.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관람객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들이 세워놓은 ‘지각의 통로’로 입장하게 될 것”이라며 “조각의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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