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수난 시대 [유레카]

서정민 기자 2024. 5. 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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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사에서 '팬덤'이란 말이 자주 보인다.

'팬'(fan)에다 지위, 상태, 영토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을 붙인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문화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에선 '오빠부대'란 말을 퍼뜨린 조용필의 팬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에이치오티(H.O.T.), 동방신기, 방탄소년단(BTS) 등의 팬덤이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해왔다.

팬덤 문화는 이제 정치인이나 애플,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로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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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사에서 ‘팬덤’이란 말이 자주 보인다. ‘팬’(fan)에다 지위, 상태, 영토 등을 뜻하는 접미사 ‘덤’(-dom)을 붙인 용어로, 특정 인물이나 문화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문화 현상을 일컫는다.

팬은 종교적 개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전, 사원 등을 뜻하는 옛말 ‘페인’(fane)에서 ‘퍼내틱’(fanatic)이란 말이 파생했다. 교회나 성당에 자주 가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광신도 또는 어딘가에 광적인 사람을 의미하게 됐다. 이 퍼내틱을 줄인 말이 팬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미국 온라인 용어사전을 보면, 팬은 1889년 야구 애호가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됐다. 이후 1920년대 할리우드에 스타 배우들이 줄줄이 탄생하면서 대중문화로도 확산됐다. 1930년대에 ‘팬클럽’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대중음악 분야에선 영국 밴드 비틀스의 팬덤이 유명하다. 국내에선 ‘오빠부대’란 말을 퍼뜨린 조용필의 팬덤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에이치오티(H.O.T.), 동방신기, 방탄소년단(BTS) 등의 팬덤이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해왔다. 팬덤 문화는 이제 정치인이나 애플, 스타벅스 같은 브랜드로도 번졌다.

팬덤은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건 물론, 환경보호를 위해 나무를 심기도 한다. 2012년 데뷔 20주년을 맞은 서태지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브라질에 ‘서태지 숲’을 조성했고, 방탄소년단 알엠(RM) 팬들은 생일 선물로 서울 한강공원에 ‘알엠 숲’을 만들었다. 2001년 가요 순위 프로그램 폐지 운동과 2010년께 아이돌 그룹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 제기는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다.

맹목적인 팬덤은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최근 트로트 가수 김호중 사건이 그렇다. ‘뺑소니’ 혐의를 받다 19일 경남 창원 공연까지 마치고 뒤늦게 음주 운전 혐의를 시인했는데도 일부 팬들은 응원과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 거센 비난 여론에도 강행한 18~19일 공연을 찾은 팬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김호중 사례와는 다르지만,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다툼에서도 그룹 뉴진스의 팬들이 고통받고 있다. 멤버들 잘못이 아닌데도 그룹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팬들의 걱정이 커져만 간다. 이래저래 팬덤의 수난 시대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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