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성폭력 진상규명 이대로 괜찮나…"다각적 조사"시급

김혜인 기자 2024. 5. 20. 16: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망·자살자 조사제외,조사위 성비균형 안맞아
피해 유형 성폭력→성적침해 행위 확장 해야
군 당국의 공식사과·피해자 치유와 보상 확대
[광주=뉴시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5·18과 성폭력: 진실규명의 현안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제공) 2024.05.20.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성폭력 피해 조사에 대한 한계와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망·자살자 등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와 함께 트라우마 치유와 보상 등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5·18과 성폭력: 진실규명의 현안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정다은 광주광역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3개의 발제문 발표와 4개의 주제 토론(성폭력 진상규명·입법과제·진상규명 한계와 개선방안·피해자 트라우마 치유)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5·18진상규명 보고서 내 성폭력 조사의 한계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앞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성폭력 피해 16건을 조사했다. 5·18성폭력 피해 유형을 ▲강간·강간미수 ▲강제추행 ▲성고문 ▲성적모욕과 학대 구타 ▲성기 자상 등에 의한 유산·자궁적출 등 재생산폭력 등 5가지로 나눴다.

이를 두고 사망·자살자에 대한 사건은 배제하면서 성폭력 피해 상황을 종합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경회 5·18진상규명조사위 팀장은 "피해 의혹 사건 52건 중 일부에 대한 조사만 진행했다. 3년 6개월 동안 사망·자살·정신병 피해자의 경우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성폭력 피해와의 개연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명백한 한계"라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 보상 기준을 확장하고 폭력 유형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조사가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것보다 '피해입증'에만 치중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수사기관이 조사하는 형사 처벌 기준에 맞춰 성폭력 피해를 구분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일 전 국회입법조사처 성폭력 전담 조사관은 "위원회의 진상조사는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범죄발견이 아니다"며 "단순 성폭력보다 '성적 침해행위'로 확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숙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5·18당시 계엄군의 옷찢기와 강제노출, 도구를 이용한 신체부위 공격, 군홧발로 짓밟거나 곤봉으로 때리는 행위 등이 이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객원연구원은 "2021년 법률 개정으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3조(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이 포함됐으나 그 정의에 강간과 강제추행만을 넣은 것은 협소하다"며 "여성의 성재생산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다양한 폭력 행위가 이뤄졌고, 트라우마로 누적됐다. 5·18성폭력 진상규명 대상에 하위 유형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광주=뉴시스]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5·18과 성폭력: 진실규명의 현안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제공) 2024.05.20. photo@newsis.com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군 당국의 공식적인 사과와 충분한 보상, 트라우마 치유,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임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국방부와 군 수사기관은 진압작전 지역과 연행·구금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지만 이를 묵인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진정성을 담아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실효적인 배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명권 광주트라우마센터장도 트라우마센터에서 성폭력 피해자 내담자가 적은 점을 들면서 "피해자의 수치심을 덜어주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폭력을 성의 문제가 아닌 폭력의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5·18성폭력 조사 위원이 남성 위주로 구성되면서 성폭력을 전문·체계적으로 조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사위원 9명 중 여성 위원은 1명, 상임위원 3명은 모두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남성 독점적 구조였다"며 "다양한 경험과 시각, 성별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위원회 구성은 계엄군 등에 의한 국가폭력 현실이 축소·왜곡되도록 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여러 차례의 입법과 진상규명, 보상 등의 절차가 진행되었지만 그 안에 젠더 관점은 제대로 존재하지 못했고 그 결과 5·18 성폭력 진상규명은 지연된 정의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전문적이고 폭넓은 성폭력 피해 조사를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