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가치” “개발 가치”…철거 기로 놓인 동두천 성병관리소

이준희 기자 2024. 5. 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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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로 격리해 수용했던 옛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의 처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 침해와 미군의 한반도 주둔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지난 10일 성병관리소 터를 방문해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가치와 철거·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면밀히 검토해 방치된 성병관리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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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성병관리소. 이준희 기자

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로 격리해 수용했던 옛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의 처리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동두천시는 건물 철거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고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시가 공간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한 채 철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는다.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98년까지 국가가 운영했던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다.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군 기지 반경 2㎞ 등을 ‘특정 지역’으로 규정해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정부는 이곳 종사 여성들을 상대로 성병 검사를 한 뒤 성병보균자 진단(낙검)을 받으면 페니실린을 투여하면서 완치판정을 받을 때까지 가뒀다.

동두천 성병관리소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국가에 의한 여성인권 침해와 미군의 한반도 주둔 역사를 함께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당시 수용 여성들은 페니실린 과다 투여로 사망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 시신이 산자락에 묻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관련 기록이 대부분 소실돼 확인된 바는 없다. 성병관리소는 전국에 40곳이 넘었지만 지금은 동두천을 제외하면 건물조차 남아 있지 않다. 앞서 2022년 9월 대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성병관리소의 처리 문제가 논란에 휘말린 것은 동두천시가 최근 이곳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부터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지난 10일 성병관리소 터를 방문해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가치와 철거·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면밀히 검토해 방치된 성병관리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동두천시는 지난해 3월 민간 소유였던 성병관리소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동두천시평생교육원이 지난 14일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에 보낸 공문.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제공

동두천시는 “아직 건물 철거 여부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는 이 말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김대용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동두천시가 말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하면서도 최근 성병관리소 활용 방안 논의를 위한 행사를 두고 ‘시의 정책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시 평생학습관 대관을 거부했다”며 “내부적으로 철거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성병관리소 문제를 개발 논리 대신 평화와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병관리소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임성용 시인(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은 “원형을 그대로 살려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그 의무를 저버렸음을 반성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 관광’이나 기념관 등 근대문화 공간 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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