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직구 규제 큰 문제 있나"…유승민 "배짱 있게 그들에 얘기하라"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 정책에 관한 논쟁이 여권 내 대권 주자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당 정책이 큰 문제가 없다며 "여당 중진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자 이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했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그럴 생각이라면 정부와 대통령실을 향해 해외 직구를 다시 금지하라고 똑바로 얘기하라"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은 20일 오후 본인 SNS(사회관계망)에 "그들을 향해서는 말할 배짱이 없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 시장은 '여당 중진'을 콕 집어 비판했다. 제가 맨 처음 (직구 규제 정책을) 비판했으니 오 시장은 저를 비판한 모양"이라며 "정치적 동기로 반대를 위한 반대, 근거 없는 비판을 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오 시장 입장은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해외 직구 금지에 찬성한다는 것"이라며 "즉 사흘 만에 정부가 철회한 것은 잘못됐고, 소비자들은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안전과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해외 직구를 금지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어 "유해 제품의 직구나 수입에 찬성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며 "제품의 유해성을 검사해서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정부가 평소에 마땅히 철저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80개 제품의 해외 직구를 금지한 조치는 80개 전체의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KC인증(국가통합인증)만을 기준으로 포괄적으로 직구를 금지한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니 국민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오 시장의 논리는 개발연대(시대)에나 듣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정부도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철회했고 여당 원내대표도 설익은 정책을 비판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실도 공식 사과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본인 SNS에 직구 규제 정책에 대해 "해외 직구와 관련해선 시민 안전 위해성, 국내 기업 고사 우려라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들이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후자가 편·불편의 문제라면 전자는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사소한 일도 빈틈없이 살핌)해야 할 때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 해야 할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직구 규제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여당 중진은 유 전 의원,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SNS에 비판적 의견을 실었다.
이를테면 유 전 의원은 지난 18일 본인 SNS에 직구 규제 정책에 대해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값싼 제품을 해외직구 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면 국내 소비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본다"며 "더구나 고물가 시대에 해외직구 금지는 소비자 피해를 가중할 것이다. '선택할 자유'가 줄어들면 시장경제의 장점도 줄어든다"고 했다.
또 "안전 규제는 필요하지만, 포괄적·사전적 해외직구 규제보다는 안전 테스트를 강화해서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직구든 정식 수입이든 유통을 금지하고 제조사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KC 인증을 받지 않은 어린이 제품, 전기·생활용품 등의 해외직구를 다음 달부터 원천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소비자 불편을 가중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정책을 철회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해외직구와 관련한 정부의 대책발표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하게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의견 수렴과 대언론 설명 강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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