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 값 내린다"…오리온, 2년 전 약속 지킬까

김아름 2024. 5. 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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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원가율은 아직 부담…연내 인상 없다
원가 하향 안정 시 인하·증량 나설 것
그래픽=비즈워치

오리온이 연이은 호실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이익률을 되찾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가격 인상 당시 약속했던 "안정화 시 가격 인하 또는 증량" 선언이 이뤄질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주 원재료인 감자, 튀김용 기름 등의 원재료 가격은 여전히 높아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도체보다 감자칩

오리온은 지난 1분기에 매출 7484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7%, 영업이익은 26.2% 증가했다. 통상 제과업계에서 1분기는 비수기다. 오리온의 1분기 매출이 7000억원을 돌파한 건 사상 최초다. 

일시적인 반등이 아니다. 오리온은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7000억원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창립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홈스쿨링 이슈에 치솟았던 매출이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 후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 분기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급감했던 영업이익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1분기 오리온의 영업이익률은 16.7%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6.2%보다 높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8.4%, 18.3%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보면 코로나19와 원재료가 폭등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오리온이 포함된 코스피 상장사들의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6.45%다. 식품업계의 경우 5% 내외다. 오리온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식품 기업은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삼양식품(20.7%) 정도다. 

가격 인상도 남들과 달라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호실적을 이어감에 따라 지난 2022년의 '약속' 이행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022년 9월 '초코파이'를 비롯한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포카칩'과 '꼬북칩', '예감' 등 오리온의 대표 제품들이 포함된 대규모 인상이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의 인상이었다.

당시 식품업계는 주 원재료인 튀김용 유지류(식용유)와 옥수수 등의 가격이 급등하며 릴레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등 경쟁 제과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오리온 역시 "2021년부터 유지류와 당류, 감자,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박이 가중돼왔다"며 9년 만의 가격 인상을 정당화했다.

오리온 영업이익률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오리온은 매년 연중행사처럼 가격을 올리는 다른 식품기업과 달리, 9년을 버텼던 만큼 가격 인상도 남들과는 달랐다. 오리온은 당시 가격 인상 발표와 함께 가격 인하를 공언했다. 오리온은 "원가 압박에 따라 가격을 올리게 된 만큼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가격을 내리거나 증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당시엔 옥수수와 밀가루 등 주요 제과 원재료 가격이 치솟고 있었다. 2020년 톤당 183.1달러였던 밀가루 가격은 2022년 371.4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톤당 129.1달러였던 옥수수 가격도 298.6달러로 급등했다. 50% 중반을 유지해 왔던 오리온의 원가율도 60%대로 올랐다.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리온은 올해 실적이 매출 3조2000억원, 영업이익 5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로는 17.5%다. 매출 역시 사상 첫 3조원 돌파가 가시권이다. 이제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시기상조?

오리온은 아직 가격 인하나 증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원재료가 부담이 줄어서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들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오리온은 영업이익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매출원가율은 올해 1분기 61.5%로 여전히 2022년 62%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오리온의 2019년 매출원가율은 54.9%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원재료 가격 급등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에도 57%로 50%대를 유지했다. 

오리온 원가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주 원재료 가격도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1~2022년의 초반의 급등 시기는 지나갔지만 하락폭이 완만하다. 수입 유지류의 경우 2021년 ㎏당 2389원에서 올해 1분기 3188원으로 33.4% 높은 수준이다. 당류도 ㎏당 783원에서 1451원으로 80% 이상 높다. 감자칩을 만들 때 쓰는 국내산 감자는 이 기간 가격이 4배 이상 급등했다. 오리온이 말한 '원가 안정화'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오리온은 올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식음료 업계에서는 올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오는 6월부터 가나초콜릿과 빼빼로 등 초콜릿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샘표 등은 이미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추후 원재료 원가가 하향 안정화되는 시기에 약속대로 가격 인하나 증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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