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죠

황정환 2024. 5.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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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디스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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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에서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사진)가 “현재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계속되는지가 명확해질 때까지 금리를 장기간 동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5월 9일 자 한국경제신문-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언제 금리인하에 나설지는 전 세계 경제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미국의 금리 결정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고, 돈의 이동이 전 세계 경제의 방향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입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앞에 ‘반대’란 의미의 접두사인 ‘dis’가 붙은 것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뜻하지요. 디스인플레이션도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선 인플레이션과 같습니다. 다만 그 오름폭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말하지요. 7%이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3%로 떨어지면 디스인플레이션입니다. 예를 들어 2022년 6월 전년 동월 대비 9.1%에 달하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올해 3월 기준 3.5%까지 떨어진 미국은 이미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신호가 금리를 인하할 만큼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카시카리 총재의 판단입니다.

여기서 많은 학생이 헷갈려하는 것이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차이입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 개념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예 물가상승률이 -1%, -3%로 추락하는 것이지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점차 물가 하락세가 잡혀가는 단계를 ‘리플레이션(re-flation)’이라고 합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의 반대말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리플레이션인 셈입니다.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레이션든 물가의 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현상 자체보다 ‘원인’을 이해해야 합니다. 물가는 경제학적으로 총수요와 총공급이 만나 결정됩니다. 총수요가 늘거나 총공급이 줄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요.

총수요가 증가함으로써 나타나는 물가상승을 ‘수요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이라 하고, 총공급 측면에서 원가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물가상승은 ‘비용 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거나 하락하는 것 역시 총수요·총공급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준이 디스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판단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됩니다. 미국 CPI 상승률은 2024년 3.1%로 저점을 찍은 뒤 조금씩이지만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25일 발간한 원자재 시장 보고서에서 “작년에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하락세 이후 횡보하고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의 핵심 요인인 원자재 가격 하락이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동안 미국 내 물가상승의 원인으로 꼽혔던 일자리 수 증가 등 고용 지표가 최근 꺾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둔화의 원인은 총공급 측면에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촉발됐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공급망 자체의 변화도 바탕에 깔려 있지요.

자원이 많은 미국이지만 원자재 문제는 미국 혼자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연준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한 총공급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총수요만 자극하면서 물가가 다시 치솟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연준의 금리인하를 두고 심심치 않게 ‘고통 없는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 역의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필립스곡선’에서 파생된 개념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 긴축 정책을 사용하면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경기가 침체하며 실업률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고통 없는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리지만, 실업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학 이론적으론 △합리적 기대하에 △정부가 긴축을 미리 공표하고 △민간이 이를 신뢰하며 △실제로 정부가 공표한 대로 시행하면 가능한 것으로 경제학자들에겐 꿈같은 일로 꼽혀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9%에서 3%로 떨어지는 동안 미국의 고용이 호황을 누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고통 없는 인플레이션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 호조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착시일 뿐이고,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전략으로 만들어낸 인위적 호황으로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황정환 기자

 NIE 포인트

1.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차이를 이해하자.

2.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반등한 원인을 분석해보자.

3. 고통 없는 디스인플레이션의 개념을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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