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라이시 이란 대통령 사망…중동 정세 안갯속으로
지난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란 국내 정치 및 중동 정세에 격랑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라이시 대통령의 급서는 대통령직뿐만 아니라 최고지도자 후계 구도를 둘러싼 권력다툼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에서 반이스라엘·반미 중심축인 이란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태가 역내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라이시 대통령이 이란 북서부의 동아제르바이잔주 바르자칸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순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고 헬기에 동승했던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교장관, 말렉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성직자(이맘) 아야톨라 알 하솀, 메흐디 무사비 대통령 경호팀장 등 탑승자 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란 내각은 성명을 내고 “라이시 대통령은 국가 발전을 위해 지치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조국에 봉사하던 중 자신을 희생했다”고 조의를 표하면서 “우리는 라이시 대통령의 정신, 신의 가호와 함께 차질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동아제르바이잔주 졸파 인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하다가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변을 당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북서쪽으로 60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란 반관영매체 타스님통신 등은 사고 상황에 대해 헬기 3대가 이동하다가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가 ‘경착륙’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이 사고 현장으로 수색대를 급파하고 러시아, 유럽연합(EU) 등도 수색을 지원했으나 수색 도중 날이 저물고 짙은 안개가 껴 추락 지점을 찾기까지 1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부통령 12명 중 선임인 모하마드 모크베르 제1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일단 승계하며, 그가 대선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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