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치솟은 상상인저축銀…올해 매각도 난관 봉착

정윤성 기자 2024. 5. 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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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저축, 고정이하여신비율 20%대 넘어서
매각 시간 벌었지만…새 주인 찾기 첩첩산중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1분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순익과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 두 저축은행 매각에 나서야 하는 상상인 입장에선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에도 건전성 문제로 매각에 실패한 가운데, 다음달부터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총 55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연합뉴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총 55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3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75억원) 대비 2배 넘는 적자 규모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17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88억원) 대비 2배 수준으로 역성장 했다.

같은 기간 건전성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9.05%다. 지난해 말(13.83%) 대비 5.22%포인트 뛰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연체율 역시 같은 기간 14.74%에서 20.96%로 6%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 연체율이 6.6%인 점을 감안하면 두 저축은행 모두 업권 평균을 웃도는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크게 확대됐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27%다. 지난해 말에 비해 9.22%포인트 치솟았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23.59%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8.13%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대아저축은행의 24.23%를 능가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총여신은 2조2083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만 5359억원 규모다. 반면 대아저축은행의 총여신은 13억원으로 강남의 아파트 한 채도 안 되는 수준이라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훨씬 작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상인 측은 두 저축은행에 대해 최근 가계신용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팔아야 하는데…건전성 악화에 암울한 전망

두 계열 저축은행의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상인 입장에선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상상인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지키지 못하자 두 저축은행에 대한 주식처분명령을 내렸다. 당초 지난 4월까지 보유 지분 90% 이상을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상상인이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에 나섰고 효력정지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취소청구 소송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주식처분명령의 효력이 잠시 정지된 상태다.

업계에선 상상인이 승소 가능성이 낮은 데도 매각 시간을 벌기 위해 행정소송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은 매각이 늦어지면 3개월마다 17억원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지만 지난 4월까지 두 저축은행을 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상인 역시 해당 행정소송과 별개로 올해 중 두 저축은행의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 건전성 악화로 향후 새 주인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까지 나섰지만, 매매가를 논의하기도 전에 포기 의사를 밝혔다. 매각이 불발된 것엔 건전성 문제가 컸다. 우리금융은 당시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67%에 달하는 등 건전성이 좋지 않은 데 비해 몸값이 높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채권 연체율은 12.66%로 전년에 비해 7.63%포인트 상승했다. ⓒ 연합뉴스

PF 정상화 대책에 이중고…돌파구는?

여기에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대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저축은행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내달부터 5000여개의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이 깐깐해짐에 따라 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 PF대출 위주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채권 연체율은 12.66%로 전년에 비해 7.6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PF 채권 총량을 4712억원에서 3350억원까지 줄이는 덴 성공했지만 연체율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다만 상상인에서의 자금 수혈 여력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3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3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원활한 매각 작업을 위해 건전성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수도권 기반 저축은행이라는 매력을 가진 매물인 만큼 건전성과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은 저축은행 매각 자금을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매각까지 시간을 버는 동안 건전성을 잡지 못해 염가에 파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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