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독립" 외치는 대만 새 총통 취임…대만해협 갈등 더 커질까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이 20일 취임, '친미·독립' 성향이 강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연속 12년 집권이 시작됐다. '여소야대' 의회 분열 등 혼란한 정세 속 새롭게 출발하는 대만 행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중 갈등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대만의 입장 변화 여부에도 국제사회 관심이 쏠린다.
20일 로이터·AFP·블룸버그·대만중앙통신사 등 외신을 종합하면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제16대 총통 취임식'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데 중국의 군사 행동 역시 세계 평화의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간주된다"며 "중국의 각종 위협 속에서 우리는 국가 수호의 결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를 계승해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며 차이잉원 정부 8년의 집권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라이 총통이 강조한 네 가지 견지란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를 영원히 견지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호 불예속 견지 △주권 침범·병탄 불허 견지 △중화민국 대만의 앞날 견지 및 전체 대만 인민의 의지 준수 등이다.
새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경색된 양안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라이 총통은 중국으로부터 '위험한 분리주의자'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강경한 대만 독립주의자여서 양안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갈등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과 합의한 '92 컨센서스'(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을 수용하라는 입장이지만 라이 총통은 지난 1월 당선 이후 이미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혀 왔다.
라이 총통은 또 지난달 발표한 민진당 3기 내각에서 행정원장(총리)에 민진당 주석을 지낸 줘룽타이 전 입법위원(국회의원)을 지명했다. 줘룽타이 전 위원은 민진당 출범 때부터 핵심 간부를 맡았던 대표적인 대만 독립파 정치인이다. 이번에 국방부장으로 내정한 구리슝 전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중국 정부의 '분리주의자'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대만 의회는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 없이 분열돼 있어 정책 수반 등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높다. 라이 총통의 당선으로 민진당은 12년 집권의 길을 열었지만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다. 대만 입법원 의석수는 집권 여당인 민진당(51석), 제1야당인 친중 국민당(52석), 제2야당인 민중당(8석), 무소속(2석) 등이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대만해협 군사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최신식 잠수함 등 대만의 국방 현대화를 공약했지만 친중 성향의 야당 반대로 예산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대만 새 행정부에 대한 중국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정치학자인 민신페이는 "라이 총통이 어떤 정책을 펴든 대만은 격동의 시기를 맞을 것"이라며 "중국 지도자들은 사소하고 상징적인 대만의 행위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공격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식 행사에는 8개 국가원수급 대표단과 1개 국가부원수급 대표단, 1개 외교장관급 대표단, 교황청 특사 등 세계 각국에서 총 51개 대표단이 참석했다. 미국에선 브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일본에서는 현역 여야 의원 37명 등 사상 최대 규모 대표단이 각각 현장을 찾았다. 우리 정부에선 이은호 주타이베이대표부 대표가 참석했다.
한편 1959년 타이베이현에서 태어난 라이 총통은 대만대 물리치료학과, 대만성공대 의대, 하버드 대학원을 나와 타이난시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다 1994년 정치에 입문했다. 1998년 입법위원(국회의원)에 당선돼 4선을 했으며, 2010년 타이난 시장에 당선돼 연임에 성공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는 2017년 경제 부진 등 책임을 지고 사퇴한 린취안 행정원장(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데뷔했다. 올 1월 선거에서 승리해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후 첫 부총통 출신으로 총통에 올랐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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