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빅뱅이라는 권력 누렸나…여성 끌고가며 “조용히 해” 버럭
정준영, 집단 성폭행 후 단톡방서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
BBC “성공한 K팝 그룹으로서 권력 누려…유명스타들 유죄 판결에도 변한 것 없어”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가수 승리(이승현·33)와 ‘단톡방 사건’ 멤버인 가수 정준영(35)의 만행이 추가로 공개됐다. 승리의 안하무인 행동에 대해 BBC는 ‘가장 성공한 K팝 그룹 멤버라는 점이 그에게 권력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BBC뉴스코리아는 19일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2019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를 재조명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빅뱅 전 멤버 승리와 그의 절친한 동료 정준영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버닝썬은 승리가 운영했던 클럽으로 마약, 성폭행, 검경유착, 탈세, 폭행 등 각종 범죄와 비리의 온상이었다.
승리의 거만하고 폭력적인 태도는 영상 곳곳에 잔상을 남겼다. 한 파티장에서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던 승리의 모습은 누군가의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승리는 여성이 반항하려 하자 손찌검하려는 듯 손을 쳐드는가 하면 “조용히 해. 따라와”라고 큰 소리로 윽박지른다. 승리의 지인이 그의 이런 행동을 만류하지 않고 그저 카메라로 찍고 있을 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어진 영상에는 만취 상태로 보이는 승리가 혀가 잔뜩 꼬인 목소리로 술주정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모든 건 겸손하자 우리가. 오빠가 아무리 빅뱅이라고 해도”라며 빅뱅 멤버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BBC 측은 “가장 성공한 K팝 그룹 빅뱅의 멤버라는 점은 그에게 엄청난 권력을 쥐어줬다”고 분석했다.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한 강경윤 기자 역시 “(승리는) 본인이 얘기 한마디 하거나 하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본인을 다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적어도 서울 강남에 있는 클럽계는 본인을 위해 움직여 줄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영이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후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과 함께 재미있어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2016년 3월 당시 정준영, 가수 최종훈 등은 대구에서 열린 정준영의 팬사인회 전날 한 호텔에서 만취 상태인 피해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BBC가 재구성한 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술에 취해 있던 여성은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혔던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의 대화 내용 중에는 “놀랐다”, “뇌진탕에 걸린 줄 알았다” 등의 언급이 나왔다. 그러나 정준영은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고 말하는 등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가수 고(故) 구하라가 정준영 단톡방 사건 취재에 도움을 줬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강경윤 기자는 구하라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주고 싶다”며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할 수 있도록 증거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줬다고 전했다.
승리는 성매매·성매매 알선·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업무상 횡령·식품위생법 위반·상습도박·외국환 거래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해 지난해 2월 출소했다. 집단 성폭행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정준영도 지난 3월 형기를 마쳤다.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은 모두 ‘반성한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규근 당시 총경은 벌금 2000만원 형을 받았다.
영상 말미 BBC 측은 버닝썬 사태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유명 스타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전직 버닝썬 직원들은 ‘강남에선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직 버닝썬 직원은 인터뷰에서 “예전 버닝썬과 지금 차이점이 거의 없다. 그때 있었던 일이 아직도 생기고 있다. 물뽕도 당시 뉴스에서 이게 마약이라고 많이 보도됐지만, 아직도 똑같이 저희 클럽에서 (물뽕을) 쓰고 있다”라고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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