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금지’, 尹대통령은 몰랐다? ‘사과’에도 정책 혼선 논란 재점화
‘5살 입학’ ‘주69시간’ ‘R&D 예산 감축’ 등 정책 발표 후 철회 반복
野, “국민이 실험쥐?” “갈팡질팡 한두 번 아냐”…與도 “설익은 정책”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대통령실은 정부의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 직접구매(직구) 차단' 발표 후 논란이 거세지자 20일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 결정은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검토가 이뤄졌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잇단 정책 혼선에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번 정부 대책은 해외 직구의 급증에 따라 제기된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정책 대응에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과 불편 초래, 그리고 정책 설명 과정에서의 전달 부족을 꼽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성 정책실장은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이번 정책이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검토가 이뤄졌으며 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았고, 논란을 접한 후 참모들에게 국민 불편에 사과하라는 지시만 내렸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해외 직구 관련 정책은 해외 직구 물품에서 심각한 물질 검출 등 문제 상황이 발생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3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조정해 정책 검토가 이뤄졌다"면서 "대통령실은 TF에 참여하지 않았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당정 협의가 잘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해당 건의 경우 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당정 협의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되는 '정책 혼선' '오락가락 행정'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이나 '외국어고 폐지'를 발표한 후 일주일도 못 가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려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백지화하기도 했다. 최근엔 과학계 등의 반발 속 R&D 예산 감축 기조를 선회한 바도 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국민은 정책 '실험쥐'거나 주는 대로 감내해야 하는 백성이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 논란에 이어 해외 직구 금지에 이르기까지,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정책 돌직구'는 국민 불편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더니 퇴행적 쇄국정책으로 21세기 흥선대원군이라도 되려는 건가"라고도 질타했다.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정부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가 이마저도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검토도 안 된 정책을 발표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취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발 정책을 발표할 때 국민에게 미칠 영향까지 검토하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우려와 지적이 제기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책 발표 내용이 치밀히 성안되지 못하고 국민에게 미칠 영향, 여론 반향 등도 사전에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해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혼란과 불신을 가중한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도 경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 제품 34개 품목과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고,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은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앞으로 국내 반입이 차단된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과 정치권에서는 '과도한 규제'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고, 정부는 결국 사흘 만에 브리핑을 열고 "혼선이 있었다"며 해명, 사실상 정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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