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사 중이라 특검 거부?···3년 전엔 수사 초부터 “대장동 특검”[팩트체크]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 여야 합의가 안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오는 21일 예상되는 상황에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검법 반대를 위해 국민의힘이 내놓은 주장은 대체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과거 언행과는 배치됐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켜 현재 정부에 이송된 특검법은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반대하는 이유 4가지를 밝혔다.
“수사 후에 도입 결정해야”···과거엔 의혹만으로 “특검”
추 원내대표는 반대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채 상병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 두 개의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본래 특검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하고 난 다음 공정, 객관성이 의심되는 특별 사안에 대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켜본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3년 전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 본인의 언행과 배치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21년 9월23일 대장동 특검법을 의원 107명 명의로 공동발의했다. 당시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검찰은 특검법이 발의된 다음날인 9월24일 ‘50억 클럽’ 의혹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이 고발된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대장동 의혹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은 4일 뒤인 9월28일이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지난해 8월 수사를 시작해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추 원내대표는 대선을 두 달 앞둔 2022년 1월10일에는 긴급 의원총회에서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 발언대에 섰다. 당시 그는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이던 대장동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당시 그는 “국민은 피의자를 비호하고 결국 소환에 협조하지 않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발족해 수사하면 20~30일 만에라도 큰 가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과거 우리 당이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중인 사안을 특검하자고 했을 때 논리가 검찰이나 경찰 인사를 전부 대통령이 임명하고 심복들이 가 있는데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며 “2~3년 전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과 논리를 그대로 우리가 뒤집어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합의해야”···특검 14번 중 10번만 합의
추 원내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반대 이유 두 번째로 “특검은 여야 합의에 입각해 추진해야 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그동안 총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며 “협의가 안 됐던 BBK특검(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주가조작 진상규명 특검)조차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합의로 추인됐다. 이번처럼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추진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1999년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 특검’부터 2022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까지 총 14건으로 이 중 3건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고 1건은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양당의 합의로 통과됐다. BBK특검뿐 아니라 2003년 대북송금 특검, 2020년 세월호 특검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북송금 특검법 표결에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무소속 의원들만 참석했고, 세월호 특검법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은 노 전 대통령이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상태에서 표결이 이뤄졌고 사실상 여당 역할을 했던 열린우리당은 반대했다.
“민주당이 추천 불공정”···드루킹 특검도 당시 여당 배제
추 원내대표는 또 채 상병 특검법의 특검 추천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며 “이렇게 특정 정당이 추천하는 방식으로는 법의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특검법의 ‘특별검사후보자추천의뢰서를 받은 교섭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으로부터 변호사 4명을 추천받아 이 중 2명의 특별검사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는 조항을 말한다. 의뢰를 받을 수 있는 교섭단체를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여당이 아닌) 교섭단체, 즉 민주당으로 제한한 점이 공정성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여당을 추천에서 배제한 특검법은 전례들이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각각 배제했다.
“특검 언론브리핑하면 인권 침해”···조국 “윤로남불”
추 원내대표의 네 번째 반대 이유는 특검법의 대국민 보고 규정이다. 그는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불가피한 독소조항”이라며 “특검의 언론 브리핑 과정서 사실상 피의사실이 공개돼 인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 특검팀으로 참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수사상황 브리핑 조항이 있었다.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과 ‘드루킹 특검법’ 때도 같은 조항이 있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정농단 수사팀에 있지 않았느냐”며 “당시 자신이 수사할 때는 브리핑을 하게 해서 즐겼고 지금은 자기와 또는 자기 친인척, 채 상병 문제 관련해서 브리핑을 못하게 한다. 이건 진짜 ‘윤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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