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논란에 대통령실 "사과 또 사과"…尹정부, 즉각 숙였다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2024. 5. 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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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광주=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4주년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5.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안은나 기자

대통령실이 최근 KC인증(국가인증통합마크)을 둘러싼 해외 직구 금지 논란에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사과드린다"고 20일 밝혔다. 전날 총리실이 "죄송하다"며 해외 직구 금지 추진을 없던 일로 되돌린데 이어 대통령실도 연신 고개를 숙이며 정책 혼선을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이번 사과는 현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정책에 대해서는 즉각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서 소통을 전면에 내건 만큼 정책의 문제점을 재빠르게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련의 정책이 추진된 배경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사과했다.

성 실장은 "지난 2월부터 어린이용 학용품, 장신구 등에서 기준치 초과 유해물질 검출, 해외 리콜 제품의 국내 유통 등 문제 제기가 많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며 "이에 총리실에서는 14개 부처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용품 등 80개 제품군의 해외 직구의 경우 KC인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직구 금지 조치로 받아들여졌고 정부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품목에 한해 직구를 차단한다고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성 실장은 "정부의 정책 대응에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첫째 국민 안전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쓰시는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다.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둘째 정책을 발표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실제 계획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며 "KC인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법 개정 전에는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성태윤 정책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해외 직구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20.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 대통령은 문제점을 보고받고 즉시 전면 재검토와 재발방지 대책을 지시했다. 성 실장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계 부처는 해외 직구 KC인증 도입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소비자의 선택권과 안전성을 보다 균형 있게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마련해 나가도록 했다"며 "또 대통령은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그리고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법개정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당정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점도 인정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당연히 당정협의가 이뤄져야 했었는데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이날 열지 않았다. 주례회동 대신에 정책실장이 사과 브리핑을 진행한 것을 두고 총리실의 이번 업무처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질책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정책실장의 사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실시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 KC인증 추진 대책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명의의 직접 사과는 아니지만 정부 정책을 총괄 조율하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언론 앞에 나서 공개 사과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도 앞서 이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을 거론하면서 처음으로 사과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할 건 바로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한다는 점에서 달라진 모습"이라며 "소통을 강화하고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정부의 3년차 국정운영 분위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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