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 시즌2’ 본격 추진에 팔 걷어붙인 광주 광산구
박병규 구청장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성패 좌우할 사회적대화 성공에 최선”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노동운동가·사회혁신가·행정가 출신으로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설계자이자 산파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박 구청장은 이런 이름값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산구청장에 당선됐다. '광주형 일자리'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그가 민선 8기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제2광주형 일자리(시즌2) 추진에 팔을 걷어 붙였다. 제2광주형 일자리는 온전한 '박병규표 광주형 일자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광주형 일자리' 설계자 박병규 광산구청장
지난해 4월 시사저널과 만난 박 구청장은 특정 기업 아닌 지역에 적용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광주형일자리 시즌2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시장임금이 판치는 노동현장에서 일자리 질 개선과 사회임금을 결합해 불평등과 불공정을 걷어내는 '일터 혁신 일자리 창출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형 일자리 핵심은 사회적 대화라는 사실을 결코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 시즌2는 시즌1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 구청장은 "동일한 가치지만 광주형 일자리 시즌1이 광주글로벌모터스(GGM)라는 하나의 기업을 출범시켰다면 시즌2는 지역의 많은 기업에 확산해 보자는 것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임금 도입과 사회적대화, 일터혁신은 그의 지론이다. 결국 일자리 양극화나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회임금으로 뒷받침하는 게 필요하며, 어떤 기준을 정해 부합하면 사회임금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얘기다.
"사회적 대화가 필요 없다면서 기업만 밀어주는 식으로 해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광주글로벌모터스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만들어낸 첫 작품일 뿐이다. 완성품으로 보면 안 된다. 계속 진화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으니까 선거 때만 되면 계속 하나 마나 한 얘기만 늘어놓게 된다. 사회적 합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난하다. 그게 1년이 걸릴 수도, 2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사회적 대화가 되는 사회, 이를테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게 제 임기 내 주어진 과제라고 여긴다."
"특정기업 아닌 지역에 적용할 제2광주형 일자리 만들 것"
일각에선 광주형일자리 시즌2의 전망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기초단체인 자치구 수준에서 추진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구청장은 "변방 자치구에서 한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는데, 주변(꼬리)이 중심(머리)을 뒤흔든 전례는 많다. 코닥필름이나 노키아 핸드폰 몰락이 대표적이다"며 비관적인 시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지는 그의 소신 발언이다.
"물론 자치구에서 많은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치구에서 가능하겠느냐 여부의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어디선가 작은 돌파구를 만들어야 그걸 가지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지 일자리 정책에 무슨 자치구가 있고 중앙정부가 따로 있겠는가.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할 때도 중앙정부에서나 가능하지, 지방정부에선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비판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방정부에서 불가능하다고 한 정책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중앙정부의 핵심적인 일자리 정책으로 떡하니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부의 상생 일자리 정책이 그것이다."
닻올린 시민 주도 '지속가능 일자리 사회적대화'
광산구가 민선 8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광주형일자리 시즌2'를 위한 '지속가능 일자리 사회적대화'가 닻을 올렸다. 구는 지난 17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 일자리 사회적대화 추진단' 발대식을 가졌다고 20일 밝혔다. 광산의 삶터를 아우르는 일자리 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실현 방안을 찾아가는 시민 주도의 사회적대화를 하겠다는 취지다.
추진단은 제조업, 민간·공공서비스, 마을일자리 등 4개 분야 핵심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적대화 체계를 설계·구축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혁신 의제를 발굴하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구는 앞으로 '100인의 지속가능 일자리 발굴단'을 모집, 제조업·민간서비스·공공서비스·마을일자리 등 4개 일자리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 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 중심의 사회적대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날 발대식에선 사회적대화 추진단 역할과 활동 광산구는 지역 전체를 양극화, 불평등, 저출생 등 복합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모델로 만든다는 목표로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약 8개월간 진행한 연구용역으로 지속가능 일자리특구의 밑그림을 마련, 지난 4월, 이를 시민과 공유하는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보고회에선 연구용역으로 지속가능 일자리 필요성,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조성을 위한 단기‧중장기 계획안 등이 제시됐다.
구민의 공감도 얻었다. 연구용역과 연계해 진행된 시민 1800여 명 초점집단면접(FGI)에선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대한 응답률이 89.2%(필요, 매우 필요 합산)로 매우 높게 나타나, 사회적대화 작동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날 발대식에선 사회적대화 추진단 역할과 활동 방향을 공유했다. 추진단장에는 지속가능 일자리특구 연구용역을 수행한 책임 연구자인 채준호 전북대 교수가 선출됐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좋은 일자리에 대해 묻고 답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가능 일자리특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광산의 일터, 삶터를 아우르는 일자리 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실현 방안을 찾아가는 시민 중심의 사회적대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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