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박찬호 제칠까… “최고 유격수 되고 싶다”는 욕심, 조금씩 현실이 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고생을 한 끝에 2021년 SSG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한 박성한(26·SSG)은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에 손을 댔다. 남들이 봤을 때는 작은 변화로 보일 수 있지만, 박성한이 느끼는 체감은 꽤 달랐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했다. 느낌도 괜찮다고 했다.
그냥 한 팀의 주전 유격수에 만족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2021년 3할 유격수(.302)의 타이틀을 달았고, 지난 3년간 꾸준하게 활약하며 태극마크까지 손에 넣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발돋움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박성한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박성한은 “최고가 되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지난해 리그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은 오지환(LG), 박찬호(KIA)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래서 조금 더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타격폼을 생각했고, 강한 타구를 우중간으로 날리는 방향성도 생각했다. 다만 시즌 초반에는 쉽지 않았다. 타격감이 좋다가도 다시 식는 패턴이 되풀이됐다. 리그 내야수 중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는 등 체력적인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성한은 담담했다. 박성한은 한창 타격감이 저조했던 1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체력은 아직 괜찮다”고 웃으면서 “타격이야 좋을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자신의 준비를 믿고 방향성을 꾸준하게 밀고 나가고자 했다.
그런 박성한은 10일 광주 KIA전에서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반전 계기를 만든 뒤 이후 꾸준하게 타격감을 이어 가고 있다. 9일 경기까지 타율 0.267을 기록 중이었지만 이후 안타를 계속 쳐 내며 19일 현재 타율은 0.301까지 올라왔다.
당시 4안타 경기 후 박성한은 4개의 안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안타로 “세 번째 타석에서 나온 안타”라고 밝게 웃었다. 낮은 쪽 변화구를 걷어 올려 우중간에 떨어지는 타구였다. 2루타도 2개가 있었는데 이 안타를 가장 기분 좋은 안타로 뽑은 건 자신의 구상에 가장 걸맞은 안타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성한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유간 수비에서는 이제 리그의 그 어떤 유격수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루도 기본은 한다. 결국 최고 유격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타격, 그리고 강한 타구를 통한 장타였다. 박성한은 기본적으로 힘을 불리는 노력은 물론 타격 방향성으로 이 문제를 풀고자 했고, 실제 올해 의도대로 우중간 타구의 비율이 늘어났다. 방향성은 확보하고 있으니 이제 더 강한 타구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일이 남았다.
시즌이 어느덧 50경기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는 최고 유격수를 향해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박성한은 20일 현재 타율 0.301, 출루율 0.379,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5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유격수 중 타율·출루율·OPS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제 풀타임 4년 차인 만큼 전체적인 경기력에도 안정감이 붙었고, 기복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비 이닝은 독보적이다. 박성한은 19일까지 47경기에서 총 409이닝을 소화해 리그에서 가장 긴 시간 그라운드에 서 있었던 야수였다. 중앙 내야수(2루수·유격수) 2위인 강승호(두산·381이닝)와 30이닝 가까이 차이가 나고, 유격수 2위인 오지환(LG·360이닝)보다는 50이닝 가까이를 더 뛰었다. 그러면서도 수비율은 0.980으로 박찬호(.975)나 오지환(.963)을 앞서 나가고 있다. 물론 이제 시즌은 30% 정도를 지나친 상황으로 확신은 이르지만, 최고 유격수 레이스를 앞에서 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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