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유착 경찰, 故 구하라가 밝혔다… "용기 있는 여성"

장수현 2024. 5. 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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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BBC뉴스코리아 다큐에서 공개
구씨, 최종훈 설득해 '경찰총장' 밝혀
2015·2016년 성폭행 정황 추가 공개
버닝썬 피해자 "저를 죽일 것 같았다"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인 가수 정준영(왼쪽 사진부터), 승리, 최종훈.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룹 카라의 고(故) 구하라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에서 연예인과 경찰 간 유착 관계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BBC뉴스코리아는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강경윤 기자에 따르면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인 빅뱅 멤버 승리, 가수 정준영과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등이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 경찰 고위 간부가 이들 범죄 행위를 봐주는 듯한 대화가 자주 등장했다.

이들은 "A형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한 것도 봤는데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어제 다른 가게에서 사진 내부를 찍고 찔렀는데, 총장이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준다 했다"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강 기자는 이에 대해 "도대체 그 단톡방에 나오는 경찰이란 사람이 누굴까가 너무나 중요한 키포인트이자 가장 풀리지 않은 문제였다"며 "구하라씨가 등장해 그 물꼬가 터졌다"고 밝혔다. 구씨는 강 기자에게 연락해 "도와드리고 싶다"고 했고, 강 기자는 경찰의 존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평소 최종훈과 친분이 있었던 구씨는 그에게 통화해 관련 내용을 대신 물어봤다.

구씨의 친오빠인 구호인씨도 인터뷰에서 "(구씨가 최씨에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 이렇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대화 내용을) 옆에서 들었는데 동생이 '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것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기자는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윤규근이라는 실제로 있는 인물이라고 최종훈이 입 밖으로 꺼내게 도와준 것"이라며 "구하라씨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구씨가)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라고 했다"고 했다. 구하라는 생전 불법 촬영한 사적 영상으로 전 남자친구로부터 협박을 받았다. 구하라는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했고, 그는 폭행 및 협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은 2021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벌금 2,000만 원이 확정됐다.


피해 여성 '뇌진탕' 의심되는데 정준영 "진짜 웃기다"

19일 BBC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에 등장한 승리 영상. 승리가 여성의 손목을 쥐고 잡아끌고 있다. BBC 유튜브 채널 캡처

다큐멘터리는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정황도 추가 보도했다. 2015년 이들은 최종훈의 여성 지인들을 스키 리조트로 불러 술을 마시고 여성들이 의식을 잃자 불법 영상을 촬영한 뒤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승리에게 공유했다. 2016년 3월엔 정준영과 최종훈 등이 여성을 집단 강간했는데, 정씨는 이후 단톡방에 "어제 살면서 제일 재밌었다"고 말했다.

술에 취해 다친 여성을 조롱하는 모습도 보였다. 단체 대화방에서 한 사람이 "어제 여자애 넘어질 때 뇌진탕 걸리는 줄 알고 무서웠다", "머리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고 하자 정씨는 걱정하는 대신 "진짜 웃겼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고 반응했다.

BBC는 승리가 이들의 대장이었다고 짚었다. 유명 아이돌 그룹 빅뱅 소속이라는 후광 덕분이었다. 승리가 술자리에서 빅뱅을 언급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승리는 한 술자리에서 "오빠가 아무리 빅뱅이어도 겸손하다. 모든 것에 겸손해야 한다"고 반복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공개된 영상에선 승리가 한 파티에서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려다 여성이 저항하자 때릴 것처럼 위협하는 모습이 담겼다.

승리는 2020년 1월 성매매와 성매매 알선,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5월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2월 만기 출소한 그는 말레이시아 등지의 파티에 참석하는 등 공개 활동을 하고 있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2016년 강원 홍천과 대구에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혐의 등으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버닝썬 피해자 "저를 죽일 것 같았다... 신고해도 출국"

2019년 버닝썬 게이트가 발생한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이 든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 BBC 유튜브 캡처

다큐멘터리는 서울 강남 소재 클럽 버닝썬에서 공공연히 벌어진 성범죄 문제도 다뤘다. 2019년 버닝썬에서 한 남성이 주는 마약이 든 술을 마신 뒤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 인터뷰도 공개됐다. 이 여성은 버닝썬에서 한 남성이 주는 술을 마신 뒤 취했고, 깨어나 보니 침대 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를 죽일 것 같았다. 제가 고통스러워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행위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니까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후 성폭행을 당했고 남성이 협박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여성은 경찰에 성폭행 신고를 했지만 남성은 해당 사진을 제시하며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했고, 출국도 허가됐다고 전했다.

해당 클럽에서 일한 한 남성도 인터뷰에서 "물뽕이라는 마약은 굉장히 많이 사용됐다. 버닝썬에서 물뽕을 먹고 정신이 나간 여자애들을 거의 매일 봤다"며 "보통 물뽕은 룸에서 사용하는데,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룸에서는 무슨 짓을 하든 소리도 안 들린다"고 밝혔다. 또 폭력 사건 등이 발생해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다큐멘터리는 공개 하루 만인 20일 오전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겼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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