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구씨의 느슨한 하루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니스트 2024. 5. 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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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말 것은 느슨하다고 해서 부지런하지 않다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여기서 느슨함은 오늘의 사람들이 흔히 쓸모 있다고 여기는, 어떤 수익을 창출하는 시간과 상관없는 영역의 것일 뿐, 즉 방향이 다를 뿐, 못지않게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느슨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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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오해하지 말 것은 느슨하다고 해서 부지런하지 않다거나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여기서 느슨함은 오늘의 사람들이 흔히 쓸모 있다고 여기는, 어떤 수익을 창출하는 시간과 상관없는 영역의 것일 뿐, 즉 방향이 다를 뿐, 못지않게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느슨한 삶’이다.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에 드디어 배우 구성환이 등장했다. 물론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배우 이주승의 아는 형으로서 출연했을 뿐 스튜디오 내부에 초대되는, 본격적인 등장인물로서는 처음이다. 얼굴을 비출 때마다, 구성환 특유의 도시에 사는 자연인과도 같은 모습이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더니 ‘구씨의 하루’를 제대로 선사할 기회를 얻은 것.

결과는 어떠했냐면, 어색할 틈도 없이 구씨의 하루에 돌입한 ‘나혼산’의 각 멤버와 시청자들은, 자취 10년 차인 구성환의 일상에 완벽하게 홀렸다. 그의 반려견인 ‘꽃분이’에게까지.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고 정성껏 매끼를 챙겨 먹고 개인 운동과 반려견과의 산책 또한 빼놓지 않는다. 일이 없는 날의 루틴으로, 표면적으로는 특별할 게 하나 없는 느슨하고 한갓진 일상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느슨하고 한갓진 일상이 너무 매력적인 거다. 뭔가 눈에 띄는 성취를 이루는 순간이 있다거나 도파민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진다거나 하지도 않는데, 그저 청소하고 운동하고 밥 먹고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고, 주먹을 꽉 움켜쥐거나 입을 악다물거나 하지 않는(운동할 때를 제외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루의 이야기일 뿐인데 한없이 마음이 끌린다.


심지어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기까지 한다. 구성환이 만드는 장면을 보며, 사이사이 ‘나혼산’ 멤버들의 입에서도 ‘내가 다 행복하다’는 말이 터져 나왔으니까. 살이의 어려움에 몰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온전히 만끽하지 못하고 사는 오늘의 우리에게, 행복이 별거 있냐며 좋은 순간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챙겨 내며 자신만의 ‘미장센’을 만들어가는 ‘구씨의 하루’는, 결핍된 무언가를 인식하게 하는 동시에 채워주는 까닭이다.

사실 삶이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때가 없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으로 여긴다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주 소량이더라도 분명 찾고 말 테다. ‘구씨의 하루’는 단순히 구성환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삶도, 그와 동일한 시선으로 담아내 본다면 힐링이 되는 지점이 도처에 포진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이게 무슨 호사일까”
차이가 있다면 그는 아는 것을 넘어, 각 행복의 지점들을 부지런히 루틴화시킨 반면, 우리는 유니콘의 뿔 모양을 한, 실체 없는 행복을 좇아 바삐 움직이느라 느슨하고 한갓진 곳에 존재하는 행복을 모른 채 지나치거나,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는 것일 뿐. 그러니 부지런히 굴수록, 열정을 쏟을수록 매 순간 행복과 멀어지는 경험만 할 수밖에.

비록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성공 중심의 시대인 까닭에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행복의 보편적인 얼굴은 물질을 반사판 삼을 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시대의 시선, 외부의 시선에 따른 얼굴로, 행복의 진짜 얼굴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모양새여야 한다. 주어진 삶이 ‘호사’라고, ‘나’가 가장 이상적이며 ‘나’라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구성환의 느슨한 하루가 보는 이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MBC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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