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책 때린 한동훈, ‘비윤’으로 전대 출마 카운트다운?

구민주 기자 2024. 5. 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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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담’ 돌던 韓, 정부 ‘해외 직구 차단’ 직격하며 전면 등판
대통령실 ‘불편’…친윤 일각 “차기 당 대표, 단결 필수” 강조
與 ‘총선 백서’ 잡음…‘韓 책임론’ 갈등에 조정훈 당권 불출마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활동을 재개했다. 총선 참패 후 자리에서 물러난 지 37일 만이다. 사실상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에서 제기되는 '한동훈 책임론'과 '총선 백서'를 둘러싼 갈등 등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KC 미인증 직구 제한' 추진 정책과 관련해 "재고돼야 한다"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도서관에서 포착되는 등 '목격담 정치'를 이어가던 중 정부에 각을 세우며 직접 등판한 것이다. 앞서 한 전 위원장은 지난 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신자'라고 비판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반박하며 한 차례 침묵을 깬 바 있다. 당시 그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해 사실상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총선 후 한 차례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고사한 후 용산과 소통을 재개했다는 소식 또한 현재까지 없다. '한 전 위원장을 언제든 만나겠다'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아직 한 전 위원장 측의 뚜렷한 답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대로라면 한 전 위원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비윤(非윤석열)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 과정에서 실패했던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할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난 11일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한동훈, 당 대표 되려면 尹대통령과 협조해야"

용산 대통령실에선 '한동훈 당 대표' 가능성에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실 안팎에선 이번 총선 패배에 있어 한 전 위원장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권 행보 같은 한 전 위원장의 모습과 막판 거친 발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사이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나 필요할 것 같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당내 친윤 일각에서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탈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일부 친윤 인사의 발언이 보도되면서 당원 게시판 등 국민의힘 안팎이 술렁이고 있기도 하다. 한 전 위원장의 출마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당권에 나설 경우 용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 또한 우세하다.

친윤 성향의 국민의힘 한 당선인은 이날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 개인이 갖고 있는 인기나 역량은 무시할 수 없다. 우리 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라는 당원들의 의견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정부와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 대표에 나설 경우 용산과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선인 역시 "거대 야권에 맞서 대통령실과 당이 단결할 때"라며 "한 전 위원장 뿐 아니라 어느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이 마음을 1순위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총선 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한동훈 책임론'이 한동훈 출마 명분 돼줄까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잡히고 있지만, 여전히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선거에 참패한 수장이 다시 당을 이끌기 위해 곧바로 나서는 것이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내 벌어지고 있는 '총선 백서' 논쟁이 이러한 한 전 위원장에게 출마의 명분이 되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10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는 백서에 '한동훈 책임론'을 기술하는 것을 두고 당내 논란이 가열되면서, 도리어 한 전 위원장 재등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은 지난 14일 시사저널TV에서 "한 전 위원장의 출마 분수령은 백서 발간이 될 것"이라며 "만일 민심과 동떨어진 '한동훈 책임'으로 백서가 결론 난다면, 한 전 위원장은 '내가 당 대표에 출마해 국민들 평가를 직접 받아보겠다'며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밝혔다.

한 수도권 당선인도 이날 통화에서 "당 일부에서 총선 패배의 상당 지분을 한 전 위원장에게 짊어지우려고 하는 분위기에서 한 전 위원장으로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겠나"라며 "이런 당내 견제 분위기가 그의 출마에 설득력을 더해줄 수 있다. 실제 때릴수록 존재감이 커지고 있잖나"라고 말했다.

백서가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백서 작업을 이끌던 조정훈 특별위원장이 이날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과 각을 세워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진화하고 백서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누구 책임이 더 크고 작은지를 따지는 형식의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잇단 공정성 논란에 '백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한 전 위원장의 팬클럽인 '위드후니'에선 총선 백서에 맞서 '국민 백서'를 만들겠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논란과 대파 논쟁 등 '용산발 리스크'가 총선 패배에 주효한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당 안팎에선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이 대통령실과 일부 친윤으로선 반갑지 않겠지만, 이를 견제할 별다른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을 꺾을 뚜렷한 '친윤 주자'를 내세우기도 마땅치 않은 데다, 한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전 위원장 역시 당내 뿌리와 세가 약한 만큼, 친윤 인사들과 쉽사리 대립각을 세우지 못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그가 본격적으로 등판해 당권을 잡으려 할 경우, 양측 모두 서로의 필요에 의한 일정한 '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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