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이 핵심광물 개발에 뛰어들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2024. 5. 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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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본인 제공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2021년 세계 전기차 포럼에서 "니켈이 리튬-이온 배터리 셀 제조에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미국 탈론 메탈과 니켈 공급 계약 체결(2022년 1월)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 니켈 채광업체 빌레과 공급 계약 체결(2022년 3월), 인도네시아에 50억 달러 규모의 니켈 공급 계약 체걸(2022년 8월) 등 니켈 확보에 적극 뛰어들었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의 주원료로 쓰인다. 니켈 주물은 열전도성이 좋고, 강도도 높아 식품 가공 장치와 열교환기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비행기, 항공, 우주선, 의료용 기구에도 쓰인다. 최근에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충전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형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하이니켈 배터리다. 코발트 비중을 낮추고 니켈 비중은 최대한 끌어 올린 리튬 이온 배터리다. 니켈 비중을 높이면 동일한 크기의 배터리 용량이 증대되고 전기차의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 니켈 90%의 하이니켈 배터리를 장착하면 주행거리가 600Km 까지도 가능하다. 니켈은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되는데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중요한 소재다. 양극재에는 니켈 외에도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코발트와 망간이 쓰인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몇 해 전부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에 무공해 자동차 생산 및 판매를 촉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30년 전세계 자동차 판매(1억대) 중 전기차 판매는 2천5백만대(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을 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제외한 유럽, 미국 등 나머지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 부족 사태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회사(OEM) 배터리 기업과 합작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파나소닉, GM-LG에너지솔루션, 포드-SK이노베이션, 폭스바겐-노스볼트 및 귀쉬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22년 542GWh에서 2030년 4,028GWh로 7.4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공급은 2022년 785GWh에서 2030년 2,843GWh 증가로 분석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용 니켈 수요는 2050년까지 4배 증가 할 것으로 예측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니켈 최대 생산국은 인도네시아 1위(87만톤), 필리핀 2위(39만톤), 러시아 3위(31만톤) 순위로 나타났다. 국제 니켈 가격이 2022년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했지만 최근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해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일부 니켈 생산 업체들을 제련 조업 축소 및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니켈, 구리, 알루미늄 등 금속광물 수입 제재 조치로 인해 공급의 차질이 예상되고 있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니켈 확보에 나섰다. 일본 스미토모상사는 1939년부터 니켈 생산을 위해 광산-제련-중간제품-배터리 소재까지 일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00년 초반부터 필리핀의 니켈 광산 개발에 투자했고, 2007년에는 세계 3대 니켈 광산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또 필리핀 3개, 뉴칼레도니아 1개 광산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니켈 매장 및 생산국 인도네시아에 전력, 항만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니켈 원광 채굴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을 완성하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구축해 놓았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2월 니켈을 포함 10대 핵심광물을 선정하고 확보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에 60년 철강(선재)산업의 아이언맨 '제이스코홀딩스'가 니켈 확보에 뛰어 들었다. 1964년 설립된 제이스코홀딩스는 선재와 고급강 생산 및 판매를 하는 국내 선재업계의 선두 기업이다. 제이스코홀딩스는 신산업으로 필리핀 니켈 원광사업을 택했다. 광산이 위치한 디나가트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북동단 카리가 지역에 속한 주(州)로 해상무역의 최대 적합지이다.

제이스코홀딩스에 따르면 광산 부지와 항구가 가까이에 있어 니켈 수출을 위한 물류 운송이 잘 갖춰져 있다. 또한 광업권 획득 절차 및 허가 없이도 드릴링 진행이 가능하다. 필리핀 광산 지질국 분석 및 현장 드릴링 보고서에 따르면 니켈 함유량이 1.8~2.9%로 좋은 편이다. 제이스코홀딩스의 니켈 타임라인은 2023년 3월 광산 계약-탐사완료, 4월 독점 판매권 계약-이동로 및 항구 건설, 2024년 1~5월 채굴 및 야적-선적 및 수출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니켈광 수입은 2021년 318만 1534톤, 2022년 265만 3287톤이며, 2022년 기준 뉴칼레도니아(240만 1819톤), 필리핀(10만 9943톤), 과테말라(9만 4424톤)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제이스코홀딩스는 필리핀 디나가트 니켈 개발사업에서 연간 9,900.000톤의 원광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상당히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고비도 있다. 니켈 원광 가격의 상승 및 하락, 원‧달러 환율의 변동, 채굴량 증감 등이 예상 매출 변동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기업도 나서기 힘든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중소기업이 나선 만큼 정부의 각별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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