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PD 릴레이 성명 "자식 같은 프로, 강압적 지시로 난도질"

노지민 기자 2024. 5. 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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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맞는가 싶을 정도의 퇴행" "시청자들과 약속 저버리는 배신 행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역사저널 그날 홈페이지 대표 이미지. 사진은 지난 2월 중단되기 전 출연진.

KBS 사측의 '낙하산 MC' 강요 논란 및 제작 중단 통보로 '역사저널 그날'이 사실상 폐지될 위기에 놓이면서 과거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는 19일 첫 방영 예정이던 역사저널에 중단 통보가 이뤄진 지 열흘, 취소된 녹화일로부터는 20일이 지나고 있다.

'역사저널'을 제작했던 PD들은 지난 16일 성명을 시작으로 사측의 개입 중단과 프로그램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10명의 KBS PD들(황범하·손현철·황대준·이내규·최지원·이승하·조민지·김은곤·박상욱·조나은)은 “2억 원에 가까운 협찬도 얻어내고 제작진이 MC로 섭외한 배우는 편향성 시비와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달동안 세심하게 준비해온 녹화를 앞두고 낙하산 MC를 기용해 제작하라는 사측의 행태는 정말 어이가 없는 조치”라며 “이런 식의 제작 간섭은 거의 처음 보는 일로 과연 2024년이 맞는가 싶을 정도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 현실화가 임박한 이때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 대중들의 지지와 신뢰가 필요한 시점에서 사측이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며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었던 논란을 키우는 사측의 행태야말로 해사행위 아닌가”라며 “권한과 책임을 좋은 콘텐츠 제작의 주요 기반인 제작진 자율성과 사기를 꺾는 데에 쓰는 리더는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이상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우리 회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시청자들에게 확인시켜준 프로그램이고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역사학계 관계자들로부터도 그 가치를 인정 받은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하면서 “10년 이상의 노력을 투자해 쌓아올린 프로그램의 명성과 가치를 흔드는 논란을 만드는 사측의 행태는 두고두고 KBS의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튿날인 17일에도 12명의 PD들(황진성·이건협·나원식·윤영식·정범수·이송은·유재우·유희진·하동현·김호문·박남용·이은규·이인건·이지웅)이 “우리의 자식과도 같은 프로그램이 독선적이고 강압적인 지시로 난도질당하는 모습을 더 이상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 빨리 '역사저널 그날' 편성을 재확정하고 부당한 개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PD들은 “제작진과 회사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제작진이 섭외한 새 MC 대신 제작본부장이 특정인을 MC로 지정했고, 국장 이하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아예 제작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회사의 해명자료 어디에도 왜 이 인물이 후보에 올랐는지, 왜 꼭 이 인물이 MC가 되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단지 '생각해보니' 그래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오면서 MC를 포함한 주요 출연자 선정과 관련해 우리 PD들은 많은 논쟁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에도 출연자에 관한 경영진과의 이견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해버린 경험은 찾기 힘들다”라며 “회사의 해명자료에 따르면 새 MC 선정과 관련해 위임규정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장과 CP를 통해 사전에 이미 보고가 완료되었고 본부장 역시 '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입장을 돌변해 특정인을 MC로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시키는 조치는 직권을 남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방송 재개에 대한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배신 행위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K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면 경영진들은 PD들이 '창작'이 아닌 '조립'만을 하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총성이 난무하는 콘텐츠 전장에서 '지시 불이행', '조직 기강 저해'라는 구시대적이고 전근대적인 인식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이제는 측은한 심정까지 든다”라며 “이런 관리 능력의 부재가 가져온 혼란이 KBS의 제작역량을 갉아먹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통제할 최고 경영진의 의지나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직무 유기”라고 경영진 책임을 물었다.

KBS의 대표 역사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저널은 지난 2월 갑작스럽게 종영돼 석 달 만에 재개를 앞두고 있었다. 제작진이 배우 한가인씨를 섭외해 2억 원 규모의 협찬도 진행되던 차에, 전직 아나운서인 조수빈씨를 MC로 요구했던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지난 10일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 등을 통보했다. 이미 일부 코너가 녹화된 상태에서 모든 절차가 중단되면서 기존에 섭외했던 출연진, 협찬 등이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S의 대표 역사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저널'은 지난 2월 갑작스럽게 종영돼 5월 재개를 앞두고 있었지만, 사측이 일방적으로 특정 인물을 MC로 밀어붙이려다 무산되자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한가인씨가 새 MC로 섭외돼 2억 원가량의 협찬이 진행됐고 일부 코너 녹화를 마쳤지만 조수빈씨를 MC로 요구했던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지난 10일 프로그램 제작 중단, 제작진 해산 등을 통보했다.

KBS 사측은 14일 “MC 선정 과정을 놓고 의견 차이가 큰 만큼 프로그램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는 방향으로 향후 제작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제작 중이던 프로그램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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