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황우여 만나 “대통령에 ‘NO’라고 안 하면 與 의미 없어”

2011년 여야 원내대표 인연…黃 “190석 넘어도 한 번도 강행처리 안 해”

(시사저널=신현의 디지털팀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오른쪽)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예방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황 위원장과 김 의장은 2011년 각각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원내대표로 마주했던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원내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황 위원장은 김 의장에 대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라며 "(당시) 김 원내대표가 주도해 만든 것이 국회선진화법이었다. 그 공로를 잊지 못한다. 언젠가는 의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또 "(김 의장이) 어떤 때는 출신 당(민주당)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회의 중립 의정을 활성화하는 데 공적을 쌓았다"며 "정치개혁, 개헌 의지가 강했는데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여러 개헌의 뜻을 못 이룬 것은 우리 당에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국회에서 주먹질하고 머리를 들이받지 않고, 여야가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내가 1년이나 책임을 맡았던 오늘날 국회 현실은 과연 대화와 타협의 정치인가 하는 점에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가 나쁜 목적으로 결합한다면, 상대를 악마화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그러면 대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제1야당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지금 정부를 끌고 가는 여당의 역할이 조금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안 끌려오는 이유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대통령에게도 필요하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 결과는 결국 아무도 대통령에게는 '노'라고 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면 여당 의미가 없어진다"며 "정부·여당 전체가 대통령의 직속 부하가 되면 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황 위원장은 약 5분간의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각종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것을 겨냥, "그때 우리 김 대표 소속당이 (의석) 숫자가 얼마 안 됐었다"며 "우리는 190석을 넘었는데도 우리가 한 번도 강행 처리를 안 하고, 김 대표가 '됐다'고 할 때 해드렸다"고 밝혔다.

'개헌 관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실질적인 얘기를 많이 못했다.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얘기 하자고 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