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한일, 어렵게 일궈낸 관계개선 차질 없도록 관리해야"(종합)
외교 차관보 "역사 문제가 미래지향적 발전 발목 잡아선 안 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한일 양국이 "어렵게 일궈낸 관계 개선의 흐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소중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외교부와 국립외교원이 공동 주최한 '한일 신협력비전포럼' 개회사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해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제시로 한일관계 개선에 물꼬가 텄다고 소개하며 "우리는 여기서 머무를 수는 없으며, 한일 양국은 서로를 위해 소중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고 돼야만 한다"고 했다.
이어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은 "양국 관계의 새 출발을 모색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돼야 한다"며 "이제는 좀 더 먼 시각과 긴 호흡으로 한일관계의 미래를 열어보고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현 한일관계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조 장관은 "(올해 초) 취임 직후 외교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 그림을 그려볼 것을 지시한 바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대략적인 얼개만 마련됐을뿐 아직 살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다듬어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이를 토대로 일본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려면 한일 양국에서 사회적 담론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TF 단장을 맡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한일관계의 현 단계와 미래 비전'을 주제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 TF 차원에서 미래 비전의 콘텐츠, 형식, 성과 사업 등을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본 측과) 올해 안에는 대략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협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한일관계의 '제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준우 전 벨기에·유럽연합(EU)대사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조약 체결은 국내 정치 상황으로 쉽지 않아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체결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잇는 '한일 공동선언 2.0'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젝트나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더 발전시키기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조금씩 액션을 취하는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차관보는 이와 관련해 "과거사 문제는 사실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과거 역사 문제가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정신에 입각해서 협의를 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관계 개선의 지속 여부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낮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특정 이슈가 한일협력의 큰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양국 정부와 여론지도층이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흥수 전 주일대사는 행사 축사에서 한일 관계는 과거사나 영토 문제, 정치권의 개입 등으로 "작은 상황이 생기더라도 금방 악화할 수 있는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대사는 한일 양국이 양자 관계 개선을 기본으로 해서 국제무대에서 협력해 나가야 하는 시대와 국제적 환경에 놓여 있다며 "사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 금방 무너져 버리는 그런 관계가 돼서는 안 되고 관계를 더 튼튼히 해나가는 것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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