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8주기···“8년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20일 오전 11시37분 서울 구의역 9-4 플랫폼. 도착한 전동차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는 안내음이 울렸다. 문이 열리자 스크린도어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붙어있던 메모지 11개가 제각각 흔들렸다. 메모지에는 2016년 5월 사망한 김모군(당시 19세)의 ‘바람’도 붙어있었다. “고인이 염원했던 정규직, 다시는 비정규직으로 만들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현장실습생이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은 2016년 5월28일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김군은 2인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혼자 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명목으로 시행된 무리한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김군의 가방에서는 뜯지 못한 컵라면이 발견됐다.
구의역 참사 8주기를 여드레 앞둔 2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구의역 참사 8주기 추모주간’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히 반복되는 등 힘들게 쟁취한 노동 여건이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생명안전인력을 증원하고, 공공기관의 자회사나 하청으로 위험이 외주화하는 상황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박현우 서울교통공사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안전인력 충원과 관리소 증설 등 (노동환경은) 개선되지 않았고 지금도 스크린도어에 고장이 발생하면 ‘언제 도착하냐. 빨리 출동하라’는 닦달도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안전설비는 늘어나는데 인력은 줄어들고 외주화와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군의 사망 뒤 어렵게 얻은 안전업무직의 정규직화가 퇴행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영국 변호사(당시 구의역 참사 진상조사단장)는 “서울교통공사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에 따라 2026년까지 공사 직원 2200여명을 감축하고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올해 383명이 감원됐는데, 이들은 당시 조사단의 시정 권고로 정규직화한 구내운전·특수차·후생 지원 등 안전업무직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신수연 경기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장도 “(김군이 숨진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특성화고 졸업생과 청년들의 일자리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이제 막 사회에 발 딛는 청소년·청년 노동자를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 직후 김군의 사망사고 현장인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추모의 벽’ 앞에서 헌화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추모의 벽엔 김군을 추모하는 메모지와 함께 ‘안전한 100년을 만들기 위한 노동자·시민 설문조사’가 있다. 추모의 벽은 김군의 생일인 29일까지 운영된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101604015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261357001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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