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0.3%의 열정'과 '한은의 냉정' 사이

2024. 5. 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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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근래 들어 0.3%의 힘이 이렇게 강한 적이 있던가 싶다. 매파적 분위기로 돌아서는 듯한 미국 Fed 눈치를 보며 눌려있던 외환시장은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였던 전월대비 0.4% 상승이 아니라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 약세로 힘을 모으고 있다.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4% 상승해 여전히 2%대 상승 범위 위에서 늘어지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지난 3월 전년동기 대비 상승 수치인 3.5%보다 수위가 낮아졌고, 핵심물가 역시 전년비 3.6%로 다소나마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시장이 안도감을 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오는 9월 Fed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한때 4.7%대로 급등했던 미국 국채수익률은 4.3%대로 하락했다. 이와 연동해 미국 달러 무게감이 떨어지자 달러-원 환율 역시 주중 1340원대까지 내려오며 지난달 상승분을 되돌리고 있다.

물론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 수치가 다행스럽긴 하지만, 놀라울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의 여지가 있다. 예상을 넘어선 생산자물가의 반등으로 소비자물가 안정성을 더 확인해야 하는 점도 있고, 핵심 서비스물가의 강한 경직성이 이어지고 있어 물가 둔화 속도가 더뎌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Fed가 시장이 원하는 속도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려면 고용지표의 추가적인 악화와 주택시장의 조정이 더해져야 한다. 따라서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더라도 현재 시장은 Fed의 인식보다는 다소 빠르게 반응하는 감이 적지 않다. 앞으로 전월비 0.2% 정도의 연속적인 소비자물가 감속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자리 걸음인 소매판매에 이어 미국 주택시장 지표를 주시하는 한편 FOMC 의사록에서 Fed 분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도 미 달러의 일방적인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재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하며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등 부품, 반도체, 철강·알루미늄 등 총 규모가 180억달러에 달하는 상품에 대해 차별적으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미국 대중 수입의 약 4%에 달하는 규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중국 추격을 저지하는 한편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에 대응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의 80% 가량은 중국을 적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중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빨라지는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의 70%를 이미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자국 첨단 산업 보호와 대중 기술 억제의 정치적 명분을 삼을 수 있다.

물론 부분적으로 우리 입장에선 대중 관세 인상의 반대 급부를 기대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부동산 등 내수 경기회복이 미진하고 재고 누적으로 디플레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변수다.


다음주에는 Fed의 긴축 경계감이 다소 누그러진 한편, 일부 선진 중앙은행의 정책 차별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한은이 5월 수정 경제 전망을 확인하며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한편, Fed의 피벗 지연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어 이번 금통위에 한은도 신중을 기할 것으로 여겨진다. 속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연내 미국의 금리인하 단행이 베이스라인이 될 것이다. 정부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하반기 통화 완화 가능성을 열어 놓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당초 2.1%로 내다본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상향조정할 여지가 있고, 주택관련 대출이 아직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한은이 Fed에 앞서 금리를 내리려는 시도는 자제할 것이다. 따라서 Fed의 금리인하 가시성이 드러날 듯한 오는 9월을 기준점으로 한은이 1+α 금리인하 입장을 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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